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정전훈련에 가려진 정부 책임론

전국적인 정전 훈련 덕일까. 훈련 하루 뒤인 22일 오후3시 예비전력은 584만㎾로 당초 예상치인 475만㎾를 웃돌았다. 전력거래소는 오후3시 전력수요가 최대치가 될 것으로 봤지만 결과는 달랐다. 페이스북 등에도 "전기를 아껴야겠다"는 글이 많아졌다.

그만큼 이번 훈련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몇 가지 짚어볼 데가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1일 정전 훈련으로 최대 548만㎾의 전력을 아꼈다고 밝혔다.


산업체들이 무려 387만㎾(71%)를 줄였다. 문제는 업체들이 조업시간 조정 등 정부의 긴급수요관리에 준해 전력을 줄였다는 점이다. 평소 같았으면 정부는 수요관리를 하는 기업에 보상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보상이 없었다. 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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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가 올해 들어 28일 동안 수요관리를 하면서 쓴 돈은 2,000억원가량이다. 단순계산해도 하루 훈련에 기업들이 지불한 비용은 적잖다.

기업 외에 일반 가정의 기여도는 0.1%(5,000㎾)에 불과했다. 가정집은 피크시 전체 전력의 11%를 사용한다.

정부는 "국민의 힘으로 화력발전소 10기를 지었다"고 했지만 국민발전소 10기는 공짜가 아니다. 특히 국민과 기업들의 절전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정부의 책임 문제는 슬며시 자리를 감추고 있다.

정부의 정밀한 전력 수요예측 실패만 탓하는 것은 아니다. 때이른 더위를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나 보령 화력발전소 화재는 정부의 관리책임이다. 각종 비리로 국민들의 원전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전력난에도 고리 1호기 재가동에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정부 실패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권 눈치에 정부가 전기요금에 대한 국민들의 내성을 키워준 것이다. 전기요금을 찔끔 올려봐야 국민들은 전기를 아끼지 않는다. 조석 지경부 2차관은 21일 훈련 뒤 총리실로부터 격려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계속되는 전기난에 지경부 직원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문제점도 고쳐져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전기사용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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