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믿을 수 있는 미술지표 마련돼야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근대 추상화가 김환기의 작품값은 지난 1년간 53%나 상승했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최근 회고전을 연 이우환은 49%, '설악산 화가'로 불리는 김종학은 37%의 상승률을 보였다.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한국 미술시장의 가격체계(KAMP ㆍKorea Art Market Price)를 구축하고자 개발한 '올 상반기 작품 가격지수(KAMP50)'에 따른 결과다. 이 내용만 본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냉각됐던 미술시장이 올해 들어 서서히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술계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유가 뭘까. KAMP의 가격지수 산정 과정에 일반인들은 놓치기 쉬운 '교묘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 가격지수 개발팀은 지난 1998년부터 올 6월까지 국내 경매에서 거래된 미술품의 낙찰순위와 총 거래금액 순위 등을 종합해 상위 52명의 화가들을 추렸다. 여기서부터 이미 '잘나가는' 작가들만이 걸러진 것이다. 블루칩으로 분류되는 상위 작가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 가격이 유지되며 특히 작고화가들은 통상적으로 작품가 하락폭이 크지 않다. 여기에다 작가별 전성기 대표작에 해당하는 AAA등급 작품을 대상으로 했다. 이렇게 산정된 지수는 우량주만으로 만들어진 주가지수와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러니 미술시장은 주식보다도, 부동산시장보다도 수익률이 좋게 보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매 거래에 포함될 수조차 없는, 이른바 '투자가치'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수면 아래에 훨씬 더 많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수에 호도된 일반인들은 미술시장이 무조건 투자여건이 좋아진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미술품감정협회 측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인 KAMP50 지수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일반인들도 신뢰할 수 있는 지수를 마련해야 우리 미술시장에 건전한 거래가 뿌리내릴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지수라야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국내 미술시장이 소외되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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