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코스피 성장률 쇼크탓에 '찔끔 상승'

美 증시 4% 안팎 크게 올랐지만…<br>실물경제 침체 우려-부양정책 기대감 힘겨루기<br>당분간 1,100~1,200선 박스권 조정장세 전망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 구제책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던 주식시장이 어닝쇼크에 마이너스 성장률이라는 두개의 암초를 동시에 만났다. 22일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소식에 1%대 상승에 그쳤다. 전날 미국 뉴욕 증시가 4% 안팎의 강한 반등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상승폭이다. 전문가들은 실물 경제 침체 우려와 정부의 구제정책에 따른 기대감의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 1,100~1,200의 박스권을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분간 거시경제 지표 악화와 국내외 대기업들의 실적 추락이라는 악재가 시장을 지배하겠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밸류에이션 조정이 상당 부분 이뤄졌고 각국 정부의 부양책 마련 역시 활발해 지수가 추가로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구제책 기대감 누른 성장률 쇼크=전날 뉴욕 증시가 급등세를 보였음에도 이날 코스피지수는 10년래 최악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1.14% 상승에 머물렀다. 지난해 4ㆍ4분기 기준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하면서 내수는 물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까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중국의 4ㆍ4분기 성장률도 6.8%에 그치면서 경착륙 위험이 높아지는 등 전세계가 ‘성장률 쇼크’에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서서히 힘을 얻고 있다. 개별 기업들의 실적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이날 지난해 연간실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발표했지만 시장의 컨센서스에는 크게 밑돌며 ‘어닝 쇼크’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며 경기침체가 환율 호재를 덮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전세계 증시와 비교할 때 코스피지수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이지만 매우 부진한 경제성장률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스권 내 조정장세 지속 전망=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이 모두 ‘쇼크’에 가깝게 나타나는 마당에 증시의 추가 상승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코스피지수 1,000~1,200선을 오르내리는 박스권 장세를 연출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 역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선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경기침체로 인한 미국ㆍ유럽의 은행권 부실 확대가 오바마 정부의 경기 부양책 기대효과를 희석시키고 있다”며 “기업실적 악화와 은행 부실 우려가 불거지며 등락을 반복하는 다중바닥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외 대기업들의 향후 어닝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분간 조정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증시를 둘러싼 수급 역시 우호적이지는 않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실종된데다 프로그램 매물 압박 영향력이 커지면서 변동성 역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매도에 따른 투신권의 대량매도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외국인 역시 최근 6거래일 중 5거래일간 순매도를 펼치며 증시 상승을 억누르고 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선 박스권 하단이 추세적으로 붕괴되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각국 정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미국증시의 경우 밸류에이션 조정이 상당기간 진행됐다”며 “단기적으로는 주가수익비율(PER) 추가하락에 따른 진통과정이 뒤따르겠지만 장기적으론 박스권 관점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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