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박람회 성공하려면

서울시가 지난 11월24일부터 3일간 학여울에서 개최한 280만 소상공인을 위한 박람회는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 다양한 창업정보를 제공하고 프랜차이즈 기업들에는 저렴한 참가비용으로 가맹점 모집을 위한 판로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민간단체들이 운영하는 다른 상업적 박람회와 달리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추진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서울시가 좋은 취지로 진행한 여성취업창업박람회ㆍSEXPOㆍ소상공인박람회 등 세 행사 모두가 실패로 끝난 것 같아 안타깝다. 특히 이번 박람회를 주관한 서울신용보증재단(이사장 이해균)은 박람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업체 유치와 행사준비를 하는 등 운영상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관련 단체들의 원성을 샀다. 또한 집행예산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던져줬다. 한달 전 열렸던 프랜차이즈국제박람회의 경우 서울시 박람회와 똑같이 3개 관을 사용하고 언론방송 광고 횟수나 신문 특집 발행 등 홍보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도 2억원 정도가 소요됐다. 이에 비해 서울시 박람회는 서울시의 각종 특혜를 받아가면서도 예산 3억원, 참가업체 분담금 5,000만원, 장소 무상제공 등 4억원 규모로 치러졌다는 사실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예산이 집행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이번 박람회는 프랜차이즈국제박람회에 비해 신문 단신기사에 의존하는 등 홍보활동에 인색하기 그지없었다. 서울시 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후원기관인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소상공인 유관단체들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막식 행사에 중소기업청장이나 소상공인지원본부장을 초청하지 않은 실수를 한 것은 주최 측이 그만큼 박람회 준비에 소홀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소상공인과 관련 단체들을 위한 축제로 만들겠다던 행사 본연의 취지를 무시하고 주최 측이 인사권자인 서울시에 얼굴 내밀기식 행사, 정치적 행사로 이끌어나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이다. 참가업체 선정에 대한 심사의 경우 업계가 수용할 만한 적절한 참가자격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유치 또는 탈락시키는 행위를 자행함으로써 많은 업체들의 기업 인지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왔다. 주최 측의 오만한 처사에 반발해 공신력 있는 업체의 상당수인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임원사들이 참가를 결정하고도 막바지에 포기하는 사태를 유발해 알맹이 빠진 박람회로 만든 것은 업계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주최 측의 치명적인 실수로 평가된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박람회라면 적어도 업계나 창업을 준비하는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건실한 브랜드들이 참가해 볼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창업정보나 트렌드를 제시하는 공신력 있는 박람회가 돼야 한다. 서울시를 믿고 참관한 선의의 시민들이 출품된 함량 미달의 브랜드에 가맹해 피해자라도 양산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사업성의 판단은 개인의 몫이고 그 책임도 당연히 개인에게 있다고 답변할 수 있는가. 서울시에 묻고 싶다. 앞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박람회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박람회 목적에 걸맞은 명실상부한 민ㆍ관ㆍ단체들이 어우러져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기획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의 행사인 만큼 공신력 있는 박람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참가업체들을 선정할 때 참가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정부ㆍ학계ㆍ업계ㆍ언론 등의 인사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결성해 업체의 참가 여부를 결정한다면 최소한 오해의 불씨를 없앨 수 있다. 또한 박람회 주최 측은 이런 기회에 업계나 단체를 흔들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자영업자들과 고통을 분담한다는 배려의 정신에서부터 행사를 추진할 때 국민들의 진실된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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