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대형 오피스들이 대기업 계열사, 외국계 금융회사 등 유명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가격과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등 바겐세일에 나서고 있다. 도심 오피스 중심지인 중구와 종로구 일대 대형 오피스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비어 있는 오피스를 줄여 살아남으려는 건물주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도심 대형 오피스들이 유명 기업을 비롯한 임차기업들을 상대로 무료사용(rent free) 기간을 늘려주는 조건을 내걸거나 아예 임대료 자체를 대폭 깎아주고 있다. 오피스들은 과거 '1년 사용, 1개월 임대료 무료' 혜택을 일부 유명 기업 임차인들에게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1년 사용, 3개월 임대료 무료'의 계약조건을 내건 오피스 빌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명 대기업 계열사가 신규 오피스 2개 층 정도를 5년간 임차하려 하자 유치경쟁에 뛰어든 대부분의 대형 오피스들이 '15개월 무료사용' 조건을 제시한 사례도 등장했다. 일부 대형 오피스들은 기존 빌딩 임대계약이 끝나지 않았지만 이동수요가 있는 임차인들에게 '위약금 보전'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유명 호텔과 연계해 주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회사 로고 간판을 오피스 전면에 걸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등 '인센티브 경쟁'도 불붙고 있다. 일부 대형 오피스들은 전문 브로커를 고용해 파격적인 할인조건을 내걸고 유치 대상 기업의 오너급과 접촉하거나 인맥을 활용해 정치권 줄대기 등에 나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최근 바겐세일을 기회로 삼아 일부 사업부의 신규 오피스 이전을 추진하는 등 오피스 쇼핑에 나서고 있다. 실제 대림산업은 여의도 지하철9호선 국회의사당 인근 12층 규모의 오피스 2개 동을 쓰고 있는 플랜트사업부를 다음달 중 도심으로 이전하기 위해 신규 대형 오피스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 화학회사 K사도 본사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그룹의 한 금융계열사도 시너지 창출을 위해 흩어져 있는 사업부를 신규 도심 오피스로 모으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 바겐세일은 대형 오피스 공급증가가 주원인이다. 부동산투자 전문업체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의 신규 오피스 공급규모는 상반기 대비 24% 증가한 38만2,622㎡로 전망됐다. 신규 공급 오피스가 50%의 공실률을 기록할 것으로 가정할 경우 서울 오피스 하반기 공실률은 2ㆍ4분기(4.77%)보다 0.78%포인트 급증한 5.5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신규수요가 부진하자 오피스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바겐세일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다국적 부동산 중개ㆍ자문 업체 존스랑라살르의 이한국 이사는 "서울 도심 오피스 시장은 단 한번도 이런 과잉공급을 맞은 적이 없다"며 "임대 마케팅 업자, 건물주들도 이 같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자산관리 업체 SIPM의 박형중 수석연구원은 "지난 7월 이후부터 회현스트리트타워ㆍSIFCㆍYG타워ㆍ시그니처타워ㆍ강남N타워 등 대형 오피스들이 서울 전역에서 문을 열고 있다"며 "대형 임차인들이 신규 프라임 오피스로 대거 옮겨가면 낮은 A, B등급 등의 오피스 공실률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