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리해고가 능사인가/사회부 최영규 기자(기자의 눈)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 금융권과 산업계 전반에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정리해고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정부는 당장 인수·합병(M&A)태풍에 휩싸일 금융기관만이라도 정리해고가 가능하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고 전경련과 경총 등은 2년간 시행이 유보된 정리해고제의 조기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해 폭넓게 인정돼온 정리해고를 시행할 수 있음에도 재계가 정리해고제의 조기시행을 촉구하고있는 것은 대법원 판례만을 가지고는 정리해고 이후에 닥쳐올 노사간 불신과 분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안한 경영환경 속에서 완전한 법적 절차에 따라 정리해고를 실시, 노조와의 마찰소지를 원천봉쇄 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을 갖겠다는 심사다. 물론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해고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배치전환이나 연장근로 축소, 조업단축, 신규인력 채용금지, 일시휴직, 퇴직희망자 우선모집 등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해고회피 노력을 다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기구축소나 인원감축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한 기업이 해고를 전후해 신규인력을 채용했다면 이 해고는 신규채용 금지라는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 요즘 정리해고를 예고해 놓고 신규채용을 하고 있는 기업들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노동계는 사용자가 부동산매각이나 경영혁신 등 자구책보다는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통해 대량실업을 양산, 사회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아무튼 여야가 진통끝에 합의처리한 노동법을 앞질러 손질하자는 재계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리해고가 필요하다면 대법원판례를 적용하면된다. 재판과정이 복잡해 정리해고의 실효가 작어진다는 얘기도 할 수 있겠으나 정리해고를 제도화해도 노사합의가 전제되지 않는한 쉽게 정리해고를 할 수 없다. 감원이 능사는 아니다. 노사가 서로 고통을 분담, 경영위기를 극복하는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감원은 최후수단이어야 한다. 근로자들을 실업공포에 떨게 한다면 위기극복은 커녕 오히려 그 반대결과만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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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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