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구조조정과 체감경기/이태열 현대경제연 연구위원(오피니언)

최근 수출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생산, 출하, 실업률 등 경제 상태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도 개선되면서 이러한 기대를 더하고 있다.그러나 기업이나 국민들은 실제 경영활동이나 가계생활 속에서 경제 회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지표 신뢰 저하 이는 지표상의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체감 경기가 여전히 불황임을 의미한다. 물론 계량화된 통계 자료들이 현실의 상태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양자간의 차이가 지나치게 커질경우 각종 경제 지표에 대한 신뢰성은 물론 이고 이를 바탕으로 집행되는 정책의 효율성도 크게 저하될 것이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 간에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몇가지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양자간 기준이나 개념상의 차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물가의 경우 사교육비 항목의 상당 부문이 제외되어 있어 실제 가계가 느끼는 물가 상승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물량 기준으로 산정되는 경제성장률의 경우에는 반도체 가격 폭락과 같은 가격 변수의 변화가 반영되지 않는다. 둘째, 구성원 간의 경제 상태의 차이로 총량지표의 유용성이 저하될 수 있다. 이른바 경기양극화로 불리는 중공업과 경공업간의 차이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대다수 경공업은 지난 경기 호황기에도 불황국면을 지속하였다. 최근에는 수출회복에도 불구하고 내수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과 내수 산업간의 경기도 크게 차이나고 있다. 셋째, 감정이나 심리적인 왜곡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현실에 대해서 평가할 때 감정이나 심리적인 개입으로 객관적이지 못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체감 물가의 경우 물가가 불안했던 항목을 중심으로 판단하려는 소비자들의 경향때문에 실제 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와의 차이는 주로 첫번째와 세번째의 경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수침체 지속여전 그러나 첫번째 요인은 통계자료가 갖는 설명력의 한계로 치부될 수 있으며 세번째 요인은 지표를 통해서 반드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안일 것이다. 최근 경제 동향과 관련하여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바로 두번째 요인이다. 왜냐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구조 조정과 관련하여 체감과 지표 경기의 괴리를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진행으로 우리 경제에는 시장 개방, 규제 완화 등의 개혁 조치가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이에따라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기업은 생존을 위해 사업구조를 조정하고 감량 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은 가중되고 임금상승률이 둔화되면서 민간 소비는 크게 침체되었다. 올해 민간소비는 2차 오일쇼크에 의한 불황기였던 81년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 경기 회복에 따른 자본재 수입급증으로 경상수지가 악화될 경우 정부는 총수요를 억제할 가능성이 높아 민간 소비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국내 시장 침체 속에서의 경쟁 심화」라는 우리 경제의 특징은 많은 부분에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경기 회복은 전반적인 경제 여건 개선으로 나타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준비된 자의 전유물이 되면서 그렇지 못한 자를 도태시켜 나갈 것이다. 물론 기업과 근로자들은 심화된 경쟁 속에서 승자가 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실업자 재교육 시급 그러나 정부는 경제에서 실패한 자들을 어떻게 국가 발전에 동참시킬 것인가를 고심하는 균형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특히 고용문제는 정부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실업자들에 대한 재교육을 지원하고 노동시장 정보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인적 자원의 낭비를 막는 것은 정부의 매우 시급한 과제다. 또한 첨단산업 뿐만 아니라 사양화되고 있는 산업에 대해서도 혁신을 통해 재도약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야 할 것이다. 경쟁은 승자와 더불어 패자를 양산하게 마련이지만 희망없는 패자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경제란 결국 국민 모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약력 ▲65년 서울 출생 ▲경희대 ▲미 아이오와주립대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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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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