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를 포함해 적자규모가 크고 외환보유액이 적은 일부 신흥국들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 영향이 국내를 포함한 신흥국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를 아르헨티나와 터키·브라질 등 금융위기 진앙지로 언급되는 국가들의 정치나 통화정책에 따른 국지적 문제로 판단했다.
특히 이들 국가의 경우 수출비중이나 생산설비 등이 미미한 만큼 지난해 8월 인도발 아시아 금융위기 우려에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렸던 모습이 되풀이되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나온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56% 하락한 1,910.34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146억원어치를 내던지며 지수하락을 주도했다. 전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된 대형주들의 낙폭이 특히 컸다. 외국인이 600억원 가까이 내던진 NAVER가 2.95% 빠졌고 560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현대차도 1.9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신흥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기피 현상에 따른 자금이탈로 국내 증시의 단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는 등(채권가격 상승) 꼭짓점에 다다랐던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급변하기 시작했다"며 "올해 전체로 놓고 보면 국내 증시의 강세가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는 1·4분기 1,850포인트 언저리까지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 주는 충격은 지난해 인도발 금융위기 때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8월 인도발 금융위기가 아시아 신흥국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코스피지수는 사흘 만에 3.57%(68.52포인트) 급락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인도발 금융위기설 때는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와 맞물리면서 글로벌 시장 전반적으로 탈이머징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반면 미국의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번 금융위기 우려는 이머징시장 전반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도 국내 증시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지지한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아시아 신흥국과는 달리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지역은 국내 기업들의 생산기지도 적을뿐더러 수출비중도 미미하다"며 "외국인이 현물은 내던지고 있는 와중에도 선물은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보면 단기성 자금의 일시적 이탈 정도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