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반값 등록금과 국가재정 위기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최종 선정되는 국가적 감격을 뒤로하고 안타깝게도 지난달 29일 이후 열흘 만에 한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과 시민 등의 주도로 촛불시위가 다시 열렸다. 최근의 유가 상승과 글로벌 경제불안, 장기적인 국내 경기 침체 지속으로 국민이 생활 속에서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서민생활 안정이 국가 성장과 발전의 근본이고 보면 정부는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구체적 재원조달 대책 마련을 사회적 이슈가 된 반값등록금 문제도 이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반값등록금 문제가 왜 국민적 관심사가 됐는지 그 문제점과 실상을 명확히 분석해 솔직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세계경제의 만성적 경기불황과 서민경제의 어려움, 이에 편승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향에 있다. 먼저 정부가 나서야 한다. 고교 졸업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 현실에서 각 대학의 적립금과 세금 등을 문제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더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다. 신뢰할 만한 정책자료와 대안을 통한 국민적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지 않는다면 향후 엄청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정치적 책임이 있는 집권당과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운 야당 사이에 반값등록금을 바라보는 차이와 그에 대한 대책이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을 정치권은 자각해야 한다. 수조원이 소요되는데도 정책결정 과정에 구체적 재원조달 대책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등록금 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국민을 선동하고 나아가 실현될 수 없는 장밋빛 꿈을 꾸게 만드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다. 또한 선거를 앞두고 횡행하는 정치권의 장밋빛 풍선은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도덕적 해이와 국가재정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차제에 차기 대선후보자들은 이에 대한 자신의 명확한 대책을 대국민 서약해 실현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요소는 체계적이고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정치가 중우정치로 갈수록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 깨어있는 국민의 눈으로 비싼 등록금의 원인을 찾아 거품을 빼는 일들이 반드시 선행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등록금을 줄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무상등록금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국가적 재정난에 빠져 결국 정책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영국과 이탈리아의 사례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 바란다. 경제적 평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웠던 사회주의는 공동생산과 공동분배의 원리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경쟁력을 잃어 실패한 체제가 되고 말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이루는 것보다는 시간을 갖고 모든 구성원의 합의를 찾는 것이 민주정치의 요체다. 받은만큼 베푸는 의식 가져야 일단 반값등록금이든 무상등록금이든 해당 지원은 사회구성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과 인내심을 갖고 책임 있는 정부의 대책을 지켜보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단계적으로 학자금대출 상환 등과 같은 구체적 문제를 비롯해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환원한다는 건전한 사회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한 각종 예산절감과 일자리 창출, 부모 의존 문화에서 탈피, 다른 선진국과 같이 경제활동의 관념도 바꿔나가는 구조적 문제 해결의 해법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전세계적인 경기불황에 이은 서민생활 파탄, 이에 편승한 정치권의 백가쟁명식 혼란을 극복하고 참된 21세기의 생활복지가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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