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건축물 환경영향평가 옥상옥 안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이 있다. 이 같은 불상사는 요즘 건축물 환경영향평가에도 일어나려 하고 있다. 사회 전 분야에서 환경적 가치가 점차 중요해지면서 환경부는 최근 건축물 건립 과정을 사전에 조정하겠다는 내용으로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건축 역시 환경과의 조화가 필요한 만큼 제도의 취지 자체는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환경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국토해양부의 심의제도와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건축심의와 별도 운영 땐 부담 가중

두 제도가 함께 적용됐을 때 결과에 차이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서로 다른 결론이 도출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를 조정할 뾰족한 방안이 없어 자칫 두 제도 간 힘겨루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은 물론 공공사업도 중복 심의로 사업기간이 늘어나고 더 많은 비용ㆍ예산 지출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모든 사업은 결코 환경 기준을 무시하고 진행해서는 안 된다. 환경가치는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은 건축물의 효율적 건립 과정을 방해하는 관료적 환경영향평가가 옥상옥(屋上屋) 식으로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건축물을 지을 때 환경 기준을 무시해선 안 되지만 건축물 설계 과정에서 환경을 포함한 사전 조정 업무는 일원화돼야 한다. 사전 조정 업무가 중구난방식으로 다원화되면 건축물 설계ㆍ건립 과정에 많은 혼란과 비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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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과거 건설교통부 시절 건축 업무가 이원화돼 많은 혼란을 겪다가 통합 조정된 경험이 있다.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따른 교통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된 직후 아파트 단지를 예로 들면 교통영향평가에 따라 사전에 조정된 아파트 배치가 건축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재조정되는 경우가 발생, 다시 교통영향평가와 건축 심의를 거쳐야 하는 비효율이 지속되는 문제를 낳았다. 이 때문에 사업 과정에서 수많은 민원이 제기됐고 결과적으로 건축물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는 건축 심의에서 일괄 처리하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건축물 환경영향평가의 주요 검토 항목은 건물 에너지효율등급제도,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 등에서 이미 다루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를 통해 이들 항목을 이중으로 규제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전체적으로 통합해 다뤄야 한다는 것이 건축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환경영향평가 대상 항목은 별도로 다루는 것보다 한곳에서 종합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가급적 해당 분야는 누구나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하나의 부서가 전체적인 조정 업무를 맡도록 일원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건축물 설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이다.

설계안 사전조정창구 단일화해야

일부 전문가와 관료 시스템이 평가를 독점하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건강ㆍ쾌적한 삶과 관련된 건축물 환경에 대한 내용인 만큼 모든 건축물에 일관되고 알기 쉽게 적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정책 관련 부서의 책무다. 환경영향평가 방법이 설계안에 따라 고무줄처럼 적용되면 건축물 설계 시간을 낭비할 우려가 크고 평가 과정을 일부 전문가가 독점할 우려도 크다. 물론 기준 등을 어기는 경우에는 엄격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건축물 설계안에 대한 종합적인 사전 조정 창구를 하나로 통합해 원스톱 서비스 체제로 운영하는 것은 민원을 최소화하고 건축물 설계의 본질인 예술성ㆍ기술성ㆍ환경성ㆍ경제성 등을 효율적으로 조화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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