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금융·세제·토지 등 규제 제거하라”/자율경쟁 분위기 조성·명확한 목표설정도 필요/기준 투명화·작은정부 구현 개혁위 힘실어줘야대한상공회의소는 11일 대한상의 중회의실에서 행정쇄신위원회·한국행정연구원과 공동으로 「규제혁파, 새로운 전략과 과제」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김상하 대한상의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개혁시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규제완화 또는 폐지와 함께 정부기구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회장의 기조연설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편집자주>
최근 우리경제는 적지 않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히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급박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기술력의 취약, 내실을 기하지 못하는 기업경영, 그리고 과도한 정부규제 등으로 인해 우리의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
미국·영국·일본·뉴질랜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규제개혁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경쟁력을 높이고 나아가 오늘의 국가번영과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규제개혁작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규제개혁추진회의가 발족·운영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각종 정부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시급한 사항에 대해서는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고 법령에 근거가 없는 규제는 과감히 정비해 나가는 등 규제혁파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또 규제개혁을 보다 항구적이고 강력히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시스템의 제도적기반으로 행정규제기본법을 제정했으며 금년안에 법적 뒷받침을 받게 되는 규제개혁위원회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그러나 행정규제기본법의 제정만으로 규제개혁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항구적이고 체계적인 규제개혁작업의 시작일 뿐이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혁파의지와 기업, 국민 모두의 이해와 노력이 함께 할 때 규제개혁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경쟁력의 강화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같은 규제개혁노력이 이른 시일안에 결실을 맺으려면 다음 몇가지 점이 해결돼야 한다.
첫째, 정부는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자율과 경쟁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규제개혁의 목표를 보다 명확히 설정해 규제개혁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경제현상을 시장논리로 풀어나간다는 의지를 분명히 함으로써 가능한 한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민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둘째, 규제개혁은 원칙자율·예외규제라는 기조 아래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규제기준을 최소화, 현실화하고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적지 않은 규제를 폐지하고 그 내용을 개선했지만 기업이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규제가 줄어들지 않는 것은 정부가 민간의 경제활동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지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적근거도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가 남아 있는 한 국민이나 기업이 바라는 규제개혁은 어려울 것이다.
셋째, 규제개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작은 정부의 구현에도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정부규제가 완화 또는 폐지되면 정부기구에도 변화가 뒤따라야 하나 대부분의 경우 규제권한의 촉소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이 과거의 구성과 기능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실질적인 규제개혁의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넷째,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금융·세제·토지·인력 등과 관련된 핵심규제들을 조속히 철폐해야 한다. 과거 성장위주 경제정책의 산물인 이들 규제가 지금은 세계화의 조류를 거스를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규제개혁의 핵심과제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행정규제기본법에 근거해 연내에 설치될 규제개혁위원회가 주어진 역할과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줘야 한다. 규제개혁위원회가 과연 각 부처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핵심과제들을 혁파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 만큼 정부는 이 기구가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정리=김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