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서동철기자 sdchaos@sed.co.kr
지난 주 서울시 구로구 금형협동조합 회의실. 김동섭 금형조합 이사장을 비롯한 금형업계 대표들은 마주 앉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박 장관은 “대기업에서 금형업체들로부터 인력을 스카우트 해 간 현황을 종합한 자료나 극단적인 사례가 있으면 알려달라”며“이런 자료들이 있어야 대기업들에게 뭔가 이야기를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조합 관계자 등은 통계자료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내놓지 못했고 금형업체들은 박 장관의 거듭된 질문에도 정확한 언급을 피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금형업체 대표가 “자신의 회사 직원 110명중 4명이 최근 대기업으로 옮겼다”고 공개했을 뿐이다. 이 대표에 대해 참석한 다른 대표가“용기 있게 현황을 공개하셨다”는 격려의 말이 있긴 했지만 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정확한 현황에 대한 언급을 들을 수 없었다.
대기업과의 거래관계상 결국 칼날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올까 걱정이 돼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주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예전에 취재하면서 만났던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억울하지만 앞으로도 대기업과의 거래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속시원 하게 속내를 털어 놓지 못하던 것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책임은 전적으로 대기업에 있다. 대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중소기업이 몇 년씩 공들여 키워놓은 인재를 일절의 보상 없이 빼가고도 거래관계상의 우위를 무기로 해당 기업의 입을 꼭 틀어 막아 놓았다.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을 외치곤 있지만 금형업체 사례를 접하면서 정말 대기업들이 상생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 의문이 들었다.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해서 금형분야 인력연구센터 등을 건립해 필요한 인력은 가져다 쓰고 남는 인력은 상생차원에서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한 금형업체 대표의 말처럼 대기업들이 돈으로 손쉽게 인력을 충원하기 보다는 대ㆍ중소 상생과 산업전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대로 된 인력 확보 방법을 좀 더 진진하게 고민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