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진정한 용기/심대평 충남도지사(로터리)

1392년 무학대사가 이태조로부터 명을 받아 궁궐을 세울 장소를 놓고 한양을 수차례 왕래하던 때다. 하루는 한양에서도 물길이 드나들고 평지를 이룬 왕십리 쪽을 가장 좋은 장소로 여기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중인데 밭을 갈던 농부의 소리가 들렸다.『이놈의 소야, 어찌 그토록 미련하냐 미련한 짓을 보면 꼭 무학이가 하는 짓 같구나』 하더란다. 깜짝 놀라 이유를 묻자 『이곳은 비록 길은 있으나 한여름이면 물난리요, 왜적이 쳐들어 오면 방어할 길이 막막할 따름』이라 했다. 농부의 말을 깨달은 무학대사는 왕십리보다 위쪽인 현재의 경복궁 자리에 궁궐터를 잡았다고 한다. 무엇이든 잘못이 드러나면 즉시 고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더구나 말한마디로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바르게 잡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우리의 옛 선인들은 자신의 허물을 들었을 때는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갔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참다운 길잡이요, 진정한 용기로 여겼던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고도성장을 해온 우리경제가 오늘날 전면 개편되어야 할 처지에 있다. 우리경제는 그동안 합리적인 사고와 이론에 기초한 경제논리보다는 힘에 바탕을 둔 정치논리에 밀려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기업은 국가의 이익을 전제로 해야 할 국제시장에서조차 자국기업끼리 경쟁하거나 국내에서 선두다툼에 몰두하는 우를 범해왔다. 금융기관도 기업의 재무구조나 발전가능성을 진단하기보다는 산술적 평가에 의해 자금지원을 하는 등 전근대적인 방식에 의존해옴으로써 금융부실을 자초했다. 또 국민들도 눈앞의 이익에 얽매여 원칙보다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각자의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해 왔다. 이같은 일련의 비합리적인 사고와 불합리한 행태가 바로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오늘의 경제난은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받을 금융구제는 상처난 부위에 임시로 처방하는 응급진료비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병은 자신이 굳은 신념을 갖고 정성을 들여 고치려고 노력할 때 치유된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경제주체인 국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함께 나서서 뼈를 깎는 진통을 감내하며 경제살리기에 최선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는 결코 먼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부터 작은 일 한가지라도 바르게 실천할 때 바로 이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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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대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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