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대지진과 원전 폭발


일본은 지구상 유일하게 핵무기 공격을 받은 나라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고농축 우라늄탄과 플루토늄탄의 직격탄을 맞고 일왕은 2차대전에서 항복을 선언했다. 상상하기 어려운 상처를 안고 사는 일본인들은 지금도 원폭피해 사료를 가감 없이 전시하며 핵 없는 평화를 웅변한다. 철모에 녹아 붙은 인간의 살점! 원폭의 비극이 가져온 가장 극단적 참상으로 아직도 필자의 가슴에 전율로 남아있다. 그런 일본이 피폭 후 수십 년 만에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 해 플루토늄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게 아마 1980년대 초반일 듯. 당시 과학자들은 일장기를 동여매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플루토늄을 돼지머리 다루듯 조심스레 단위에 올려놓고 제를 지냈다. 이 광경을 목도한 KAERI의 장인순 박사는 등골이 오싹했었다고 전한다. 유일한 원폭 피해국가가 원폭의 재료인 플루토늄 추출에 성공함으로써 복수의 종결자가 됐다고 느꼈을까? 지진과 화산으로 지각은 요동치는데 원전 규모가 세계의 수위를 달리는 일본! 게다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외치면서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자체 생산하는 일본! 그걸 이해하기 어려웠다. 많은 외국전문가들이 그걸 문제 삼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분위기는 더더욱 이해가 안됐다. 원전을 21기나 가동하지만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에 필요한 핵연료의 자립도 불가능한 우리와는 너무 '차별적'인 현실이라 소외감이 더 컸다. 더욱이 일본은 정보공유를 포함해 우리와의 원자력 협력에 너무도 소극적이었다. 일본의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 체르노빌 참사에 비견될 상황은 아니지만 충격의 연속이다. 일본의 비등경수로가 우리의 가압경수로와는 다르다지만 지진에 대한 사전예방과 대비가 치밀한 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다행히 플루토늄이 생산되는 도카이의 재처리시설은 안전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원전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정보 교환과 상호협력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원자력이 정치적ㆍ군사적 카드가 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다. 과연 이제는 일본이 우리와도 열린 마음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전반에 협조할까?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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