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권에선 연대보증 폐지했는데… 금융공기업 "아들·부인에 보증서라"

세금으로 운영 信·技保등<br>직계존비속에도 보증 요구<br>中企·서민금융에 족쇄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주부 양모(42)씨는 최근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3억5,000만원의 빚을 갚으라는 통지를 받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수년 전 전 남편이 사업체를 경영하며 등기이사로 등재됐는데 남편 회사가 부도를 맞으며 연대보증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다. 100만원도 채 안 되는 월수입으로 친정부모와 자녀를 부양하는 그에게는 평생 가도 갚지 못할 큰 빚이다. 양씨는 "이혼하면서 위자료 한푼 받지 않았는데 잠적한 전 남편 빚까지 떠안게 됐다"며 "빚을 갚으며 가족을 먹여 살릴 생각에 가슴이 무너진다"고 하소연했다. 이달부터 시중은행들이 기업에 대한 연대보증을 폐지했지만 정작 신보와 기술신보 등 금융 공기업들은 까다로운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증 공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서민금융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6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기업여신관행 개선대책'을 마련, 이달 초부터 기업 간 연대보증을 폐지했다. 서울 헌인마을 PF사업장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다가 함께 부실화된 '제2의 삼부토건ㆍ동양건설 사태'를 막기 위해서였다. 앞서 시중은행은 지난 2008년 가계대출 연대보증을 없앤 바 있다. 연대보증제 수술과 맞물려 보증 공기업도 지난해 1월과 올 6월 연대보증인 입보 대상자 규정을 일부 완화했다. 신보와 기보의 평균 연대보증인은 2006년 1.61명에서 지난해 1.24명으로 30%가량 줄었으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보증공기업의 연대보증 입보조건은 여전히 까다로워 수요자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신보는 금융권 대출을 위해 보증을 원하는 기업체에 보증조건으로 대표이사나 실질경영자 외에도 경영에 참여하는 이들의 직계존비속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연대 입보를 요구하고 있다. 보증 공기업들은 보증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경영자의 모럴해저드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기업체 부실이 발생하면 중소ㆍ서민들을 줄줄이 신용불량의 늪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을 막기 위한 금융공기업의 보증제도가 또 다른 부실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 시중은행 외에 여타 금융권에도 연대보증 요구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당장 전면폐지가 어렵다면 정책기관부터 단계적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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