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석탄보다 값싼 태양광 발전 온다



사우디 태양광 업체 ㎾h당 5.98센트 수주

업계 최저 가격으로 석탄 발전가보다 낮아


모듈가격 하락·ESS 등 저장설비 발전으로

'2030년 100% 태양광시대' 장밋빛 전망도

국내는 아직 걸음마…보조금 등 지원 필요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발전 업체인 ACWA파워는 두바이 수전력청(DEWA)이 발주한 200㎿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 계약을 따내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규모 면에서 새로울 것 없는 이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ACWA파워가 내세운 ㎾h당 5.98센트의 발전단가. 업계 사상 최저가격이자 6~9센트 사이인 천연가스·석탄의 발전단가보다도 낮았다. 기존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태양광 발전이 등장한 것이다.

ACWA파워가 총 3억4,400만달러에 이르는 사업비를 유치한 과정도 눈길을 끈다. 이 업체는 사업비 중 86%를 아부다비 퍼스트은행과 2곳의 사우디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27년 만기에 연이자 4%라는 파격적인 조건의 대출이었다. 그만큼 금융시장이 태양광 발전의 수익성을 인정했다는 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ACWA파워는 현재도 연 15~20%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조만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경제성을 확보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들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태양광 발전 시대가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사업' '친환경이라는 명분을 위한 사업'이라는 그간의 설움을 딛고 자생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이자 미래학자인 토니 세바 스탠퍼드대 교수는 "오는 2030년에는 화석연료의 완전한 붕괴와 100% 태양광 에너지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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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모듈·셀 같은 태양광 핵심 부품이 급속히 발전한 것이 태양광 발전단가를 낮췄다.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지점을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라고 하는데 전 세계 태양광 발전 산업 전반의 그리드 패리티 달성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대감까지 부풀고 있다. 태양광 모듈에 대한 가격정보 제공기관인 PV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76년 W당 68달러에 달했던 태양광 모듈은 현재 0.5달러까지 떨어졌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전기요금이 높은 국가들 일부는 이미 목표에 도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해 10월 각국의 가정용 전기요금과 태양광 발전 비용을 분석한 결과 독일과 일본·덴마크·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이미 그리드 패리티 달성에 성공했다. 2020년이면 미국과 영국, 동구권 주요 국가들이 뒤를 이을 예정이다. 한국과 중국은 2025년께 그리드 패리티 달성이 예상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모듈과 셀의 효율이 급속히 높아지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태양광이 가장 값싼 전력원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태양광 발전 시대를 뒷받침할 또 다른 요소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비롯한 잉여전력 저장설비의 발전이다. 이전까지 태양광 에너지는 햇빛처럼 불규칙적인 기상조건의 영향 탓에 안정적인 전력생산이 어려워 화석연료 발전소를 보조하는 전력원에 그친 게 사실. 그러나 잉여 에너지를 저장하는 ESS를 태양광 발전설비에 짝지을 경우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발전설비를 만들 수 있다. 해가 뜨는 낮에 만든 전기를 저장했다가 밤에 쓰는 식이다.

이 밖에 태양광은 대규모 발전소뿐 아니라 일반 주택, 상업용 시설에 소규모로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가정이나 사업장의 자가발전도 가능하고 대규모 전력망을 깔기 어려운 오지 구석구석에도 소규모 전력망(마이크로 그리드)을 구축할 수 있다. 각국의 온실가스 규제강화 추세를 감안하면 태양광 발전의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송재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태양광 프로그램감독관은 "올해 12월 개최되는 제21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를 거치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각국의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최근의 저유가 추세다. 유가가 떨어지면 태양광 발전의 매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계 업계는 저유가 추세에도 태양광 산업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 발전원 가운데 1% 남짓한 태양광의 비중은 2050년 26%까지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올해 50GW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며 향후 5년 내 600GW까지 늘어난다고 주요 조사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태양광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일 뿐 아니라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IEA가 설정한 2030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인 37.3%보다 크게 낮다. 국내 발전 사업자들이 영세하다는 것도 문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길러야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태양광 셀·모듈 제조사들도 커나갈 수 있다"며 "정부와 민간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각국에 비해 기형적인 전기요금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보조금 등 지원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서 총발전량 중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공급의무화제도(RPS)로 전환했다. RPS는 FIT에 비해 재정부담이 크지 않지만 중소 발전 사업자들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같은 태양광 선진국은 한국에 앞서 막대한 보조금을 누적 지원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면서 "부분적으로라도 보조금 제도를 도입해 중소 발전 사업자들을 뒷받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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