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LG전자ㆍ현대모비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비즈니스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산업계의 생산차질이 2개월여 지속될 경우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일본 주요 도시에서 열기로 했던 부품전시회를 여진발생 여부와 방사성 물질 유출량에 따라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회사 관계자는 "일정에는 큰 차질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일정을 조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출장이나 비즈니스 미팅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일본 출장 자제령을 내린 삼성전자는 현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미리 잡아놓은 출장 비즈니스 미팅이 상당수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회사도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 대한 출장 금지령을 내리고 화상회의ㆍ전화 등으로 면담을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대면회의와 비교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일본 기업과의 비즈니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방사성 물질 유출까지 겹치면서 일본 기업들 자체도 피해복구와 생산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사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다음달 일본에서 열려던 '일본 5S(정리·정돈·청소·청결·질서) 우수기업 체험 프로그램'을 지진 발생 직후 무기한 연기했다. 한국능률협회도 22일부터 나흘간 기업체 경영자들이 일본의 장수기업을 돌아보는 '일본 장수기업 체험연수'를 계획했으나 최근 일정을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장기화하면 국내 기업 상당수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10곳 중 4곳인 43%가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장기화 시점에 대해 한 전문가는 "2개월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2개월 뒤부터 중견기업과 대기업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도 이날 내놓은 자료에서 6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 및 장비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이 피해 영향권에 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일본 대지진의 여파는 현재 중소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여파가 빨리 수습되지 않으면 곧 중견기업ㆍ대기업 등으로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