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방사능 오염 공포에 대하여


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전 세계의 이목은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에 집중되고 있다. 일본에 바로 이웃한 우리나라로서는 그 어느 나라 보다 걱정의 소리가 높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라는 일반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특별한(?) 기관의 책임자로서 지난 3주일간을 비상 아닌 비상상황으로 보내면서 많은 것을 겪었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다. 하나는 한국에서의 방사성 물질 검출 의미를 정확히 알아서 필요 이상의 막연한 공포에 시달리지 말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포에 소비되는 우리의 소중한 에너지를 만약의 사태에 대한 철통 대비체제로 전환시키자는 것이다. 안정화 요오드제 효과 미미 우리나라의 공기 중 방사성요오드 농도는 현재까지 최고 0.356 mBq/m3로 보도되었다. 가슴 엑스선 촬영 1회와 비교하였을 때 5,830 분의 1 수준이다. 춘천에서 검출된 세슘도 연간선량한도의 8만 분의 1, 가슴 엑스선 촬영의 16,530분의 1에 불과한 값이다. 방사능의 연간 허용한도는 인체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를 매우 까다롭게 설정한 것인 데 이 한도에도 한참 못 미치는 매우 적은 양의 방사능이다. 현재까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안정화요오드제를 먹어야 하느냐'였다. 요오드제를 구하지 못하면 당장 큰일이 일어날 것 같은 비장한 분위기다. 현재 일본 방사능 누출로 인한 우리나라의 공기 오염 정도는 안정화요오드제(요오드칼륨)를 사용하는 기준인 100 밀리시버트의 약 3백만 분의 1 수준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갑상선보호를 위해 안정화요오드제의 복용을 고려할 수준과는 무척 거리가 멀다. 갑상선방호제인 안정화요오드제는 결코 보약이 아니다. 갑상선에 침적이 우려되는 방사성요오드 오염상태가 아닌 경우 이를 복용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나 이득이 없을 뿐 아니라 과복용의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그야말로 필요시에만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할 '약'인 것이다. 현재 일본 방사능 누출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도 요오드131이나 세슘 137과 같은 인공핵종이 검출된다는 자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겠으나 이로 인한 인체 피해나 치료책은 현 상황에서는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미미한 양이다. 인체에 임상적인 영향이 나타나려면 일반인 연간 허용한도 보다 적어도 250배 이상의 방사선에 한꺼번에 노출돼야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전신 권태감이나 구토 등의 증상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 1000배 이상의 방사선을 일시에 받았을 때 약 10% 가량의 사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본 원전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정해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냉정하게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진짜 우려해야 할 부분과 우려 대상이 아닌 것을 구별해 내는 것 또한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의 힘이 중요한 곳에 제대로 집중될 수 있는 합리적 판단이 결국 우리를 만약의 위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내실있는 대비책 마련을 삼국지에 나오는 격안관화(隔岸觀火)의 원래 의미는 강 건너 불을 보면서 이득을 취함을 뜻하는 것이다. 막연히 바라만 보고 무섭다고 외치며 우왕좌왕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예기치 못한 천재와 인재가 복합적으로 만든 이러한 불행한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는 보다 내실 있는 대비책 마련에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강 건너 불이든 발등의 불이든 지금은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불의 원인을 찾고 대책을 세우고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유난히 망각이라는 단어를 자주 되뇌게 하는 우리네 풍토에서 잘잘못의 논쟁이 정작 중요한 대비책 강구의 사명을 망각의 창고로 밀어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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