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상가 거래에도 과세 여부 논란 클듯

■ 일감 몰아주기 과세 기묘한 '좌우 동거'<br>이정희대표 "과도한 일감 자체가 부당행위" 주장<br>소급 적용땐 정의선부회장 130억 증여세 내야<br>법조계 일각선 "위헌·이중과세 소지 있다" 지적



연초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에 따라 등장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1호 법안의 윤곽이 나왔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가 곧 발의할 이 법안은 정부와 한나라당의 구상과는 큰 차이가 있지만 논란이 한창인 과세 대상과 과세 방식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참여정부 시절부터 논의됐으나 유야무야됐다가 이명박 행정부 들어 다시 공론화한 것. 지난 3월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공정사회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부의 과세 방침이 나온 뒤 정부는 5월 말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전담반(태스크포스ㆍTF)을 꾸리고 오는 8월 말 발표를 목표로 관련 입법 작업을 개시했지만 여태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정부는 과세 대상을 어느 선까지 할 것이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사실 현행법 법인세법이나 증여세법으로도 기업이 일감을 시세(정상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혹은 높거나 공짜로 몰아줄 경우 과세할 수 있다. 이를 ‘부당가격’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도 이에 대해 부당내부거래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둘러싼 법리상 최대 논란은 부당가격이 아니라 시세에 준하는 정상가격으로 일감을 몰아줬을 경우 이를 부당거래로 보고 징벌적 과세를 매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부 TF는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세ㆍ상속세법은 세율이 최고 50%여서 법인세보다 휠씬 무겁다. 정부의 고민도 이런 데 있다. 과세 대상을 확대하자니 대기업의 반발과 법적 논란이 있고 그렇다고 해서 축소하니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이 이 대표가 먼저 칼을 빼 들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 기준을 일감의 ‘가격’이 아닌 ‘물량’으로 삼으면 간단하게 문제가 풀린다는 것이다. 즉 기업이 오너 등 특수관계인이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당해 연도 매출 중 30% 이상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줄 경우에 한해 증여세를 매기면 된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에도 거래가격이 정상가격과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과도한 일감을 몰아준다면 그 자체가 부당행위라는 개념이 적용되므로 증여세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증여세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느냐는 점도 논란이 한창이다. 이 대표 측은 증여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04년 이후 일어난 일감 몰아주기에까지 소급 과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4년부터는 실질적 증여 행위에 대해서는 그 형식에 관계 없이 모두 과세할 수 있다는 ‘조세 포괄주의’가 증여세법에 도입됐기 때문. 따라서 일감 몰아주기로 덕을 본 대표적 기업인 글로비스와 같은 사례가 실질적인 증여행위라면 시간을 거슬러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계 일각에서는 소급 적용에 대해 “과세에 대한 입법 조항이 명문화되지 않은 시점의 이익에 대해 새 법 조항을 만들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재산권 침해의 문제가 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중과세 소지도 있다. 아울러 ‘부당가격’이 아니라 ‘부당물량’이라는 개념을 증여세에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논란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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