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리에 우는 서민] 기업銀, 남들이 외면했던 中企대출 늘렸더니…

알토란 돼 돌아와 최고순익 기반으로

SetSectionName(); [금리에 우는 서민] 기업銀, 남들이 외면했던 中企대출 늘렸더니… 알토란 돼 돌아와 최고순익 기반으로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은행은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게 은행이지만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 것도 은행이다. 그런데 이런 등식에 결정적 변수가 있다. 바로 경기흐름이다. 은행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면 대출을 회수한다. 담보가 없고 영세한 업체일수록 대출 회수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를 맞아 은행들은 다시 한번 '비오면 우산을 빼앗는'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중소기업뿐만이 아니다. 산업별로도 경기가 좋을 때는 대출을 마구 늘려줬다가 경기가 하락하기라도 하면 가장 먼저 대출 회수에 나선다. 은행권의 중기대출 축소는 숫자가 증명한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그나마 정부가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증서를 대대적으로 끊어주면서 늘어나는 듯했다. 지난 2008년 말 412조6,564억원에 달했던 은행권 전체 중기대출잔액이 2009년 말 430조6,508억원으로 올라간 것이다. 그나마 증가액 중 3조8,065억원은 중소기업 전문은행인 기업은행이 맡았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 압박이 느슨해지자 은행들은 여지 없이 중소기업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2010년 말 은행권의 중기대출잔액은 429조7,391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나마 이때도 기업은행이 나 홀로 중기대출을 도맡아 늘렸다. 기업은행은 2010년 한 해만 중기대출을 5조1,878억원 늘렸다. 당시 시중은행들은 이때 늘린 중기대출이 나중에 독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기업은행은 현재 최고의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연체율도 적정선에서 관리되고 있다. 다른 은행에서 외면했던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순익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당국이 멀쩡한 중소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책을 내놓고 은행을 독려했지만 실제로 움직인 은행들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정부가 끊어준 보증서만 믿고 여기에 의지해 대출을 늘렸다. 보증서대출의 경우 대출의 상당 부분을 신용보증기금 같은 보증기관이 지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큰 부담 없이 대출한 것이다. 물론 은행들은 장사를 하는 기업이다. 은행의 공적기능도 중요하지만 시장원리에 따라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은행이 무너지면 우리나라 경제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다. 그러나 멀쩡한 중소기업들이 은행의 자금 회수로 문을 닫게 되면 이는 다시 은행에 부메랑이 된다. 은행 입장에서도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고 이에 따른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위기를 넘긴 후 국가경제를 이끌어나갈 업체들이 없어져 경기회복이 늦어진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산업별 대출잔액을 보면 은행권의 우산 빼앗기 행태는 더 잘 드러난다. 2008년 9월 말 53조9,214억원에 달했던 은행권의 건설업 대출은 금융위기를 맞아 계속 감소하더니 지난 3월 말에는 38조5,17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제조업 기준으로 보면 대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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