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극 리뷰] '노인과 바다'

재미와 감동으로 고전 명작 재해석


1952년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탈고한 후 "내가 평생 하고 싶었던 것을 마침내 얻은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한 인간의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했던 그의 오랜 꿈은 '노인과 바다'를 통해 실현됐으며 퓰리처상(1953년)과 노벨 문학상(1954년)까지 수상했다. 김진만 연출의 2인극 '노인과 바다'는 소설 속에 응축된 인생의 의미와 인간의 끝없는 도전 정신에 초점을 맞췄다. 소설 속의 세밀한 상황 묘사는 흥미진진한 내레이션 기법과 극적 전개로 표현됐으며 원작에서 어린아이에 머물렀던 소년은 연극에서 어엿한 청년(박상협 역)으로 성장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난에 당당히 맞서는 노인(정재진 역)의 불굴의 의지와 노인에게 경의를 표하는 청년의 외침이 절묘하게 교차하면서 '그날 그 시간 노인의 바다'는 객석에 생생하게 전달된다. 어느새 관객들은 청년이 들려주는 노인의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관객은 이야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모든 실마리는 지금 현재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절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 당하기 쉬운 법이지. 하지만 난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거야"라는 노인의 대사는 삶의 본질을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울림을 전해준다. 직접 제작한 사람 키 만한 배가 극을 이어가는 유일한 무대 장치로 활용됐으며 노인이 사력을 다해 결투를 벌이는 커다란 청새치도 종이로 덧댄 껍질 안에 붉은 천 조각들을 채워 넣어 작살로 공격할 때는 피가 흐르는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누추하면서도 아름답고, 나약하지만 강인하고, 홀로 독백하지만 상대방에 대화를 청하고, 실패했지만 궁극적으로 승리한 위대한 인간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원작의 감동을 무대적 색채로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지난해 '2인극 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고전 명작은 어렵고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엎고 재미와 감동을 지닌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을 높이 살 만하다. 오는 4월 3일까지 대학로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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