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로존 위기에도 英 국채엔 돈 몰려

경제 불확실성 불구 새 자산 도피처 부상… 금리 사상최저


남유럽 국가들의 경우 재정 위기 여파로 국채 금리가 치솟아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영국 국채로는 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영국 국채 '길트'에 대한 투자 자금이 쇄도하고있다"며 "이에 따라 국채 수익률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유로존과 차별화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신문은 이날 "기록적인 재정적자와 정치ㆍ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새로운 자산 도피처로 부상하고 있다"며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이 유로존 위기가 가열되자 영국 국채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고 돈을 들고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재정적자(1,634억파운드)는 국내총생산(GDP)의 11.6%에 달하고, 총 부채 역시 GDP의 62%에 이르기 때문에 재정위기 전염 우려가 가장 높은 나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난다는 게 아이러니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국제 공조로 진정됐지만 지원을 받지 못한 영국 등은 다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실제 영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그리스(9.3%)ㆍ스페인(9.8%)보다 높고 독일(5.0%)보다는 두 배 이상 수준이다. 총 부채 규모(8,900억 파운드)도 일본을 제외하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영국의 경제 상황이 국채 인기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가 안정된 데다 파운드화 약세로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영국의 물가상승률이 앞으로 2년간 정부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금리상승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며 "미약한 경기 회복에 따른 영국 파운드화 약세도 해외 투자자들이 길트를 더욱 싸게 여기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국채를 대부분 영국 기업이나 영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국채의 경우 70% 이상은 해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국채의 경우 외국이 보유 비중이 30%에 불과하다. 영국 국채는 자국 보험사와 연금펀드 등이 최대의 투자자다. 이밖에 영국 국채의 평균 만기 기간이 13.5년으로 평균 6년 대인 독일ㆍ스페인ㆍ포르투갈 보다 2배 이상이라는 것도 투자자들이 길트를 선호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영국 국채 투자에는 여전히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FT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현재 3.84%인 10년물 길트 수익률이 연말까지 4.5% 선으로 오르리라 보고 있다"며 "대출 조건도 강화될 것으로 보여 여전히 투자 불확실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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