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손톱 및 가시 빼다 화재 위험만 늘어


화재로 손실됐던 숭례문이 얼마 전 우여곡절 끝에 복원됐다. 타는 데는 불과 몇 시간 걸리지 않았지만 복원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화재는 한번 발생하면 쉽게 복구하기 어렵고 손실도 막대해 평소에 철저한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전에 대한 불감증은 새 정부 들어서도 변함이 없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정부도 이를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정책들을 보면 화재 안전은 뒷전이고 오히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쪽에 치우친 정책을 세우고 있다.


단적인 예로 정부는 화재에 취약한 스티로폼 단열재 사용에 맞춰진 KS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스티로폼 단열재는 화재시 유독가스를 내뿜고 화재를 확산시켜 대형화재의 원흉으로 지목돼온 건축자재다. 그러나 일부 중소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이 그대로 정부의 '손톱 밑 가시'개선과제로 선정됐고 현재 그들의 요구대로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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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중소기업들은 이미 국내 단열재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단열재업체들의 의견 반영없이 그대로 정책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단열재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화재에 취약한 단열재 사용이 크게 늘어 화재의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또 건축물의 단열성능 기준 강화도 문제다. 탄소배출 절감과 에너지절약을 꾀할 수는 있지만 연소원이 되는 단열재의 두께 증가로 화재 위험도 같이 높아지게 됐다. 단열재의 화재성능기준도 동반 강화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제도나 관련법령의 개선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화재위험은 과거에 비해 더욱 높아져가고 있으나 예방과 안전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과거 발생했던 대형화재가 지금도 재현되고 있다. 실제 3일 5만여㎡가 전소되고 수백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안성의 냉동창고 화재는 새벽에 발생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2008년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의 복사판이었다. 또 화재진압 도중 가연성 단열재를 사용한 샌드위치패널과 같은 건축물이 붕괴돼 소방관이 순직하는 피해도 반복되고 있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화재 안전을 고려한 정책과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 및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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