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역전의 명수' 도널드 PGA 상금왕 해냈다

최종전 우승으로 ‘뒤집기 상금왕’…유럽 타이틀 동시 획득도 예약

“죽기 아니면 살기의 심정이었다(It was do or die).” 9홀의 기적이었다. 루크 도널드(34ㆍ미국)가 시즌 폐막전 최종 라운드 마지막 9홀에서 6연속 버디 쇼를 펼치며 기어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상금왕에 등극했다.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도널드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크 부에나비스타의 디즈니 골프장 매그놀리아 코스(파72ㆍ7,516야드)에서 열린 칠드런스 미러클 네트워크 호스피탈 클래식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도널드는 84만6,000달러를 보태며 시즌 상금 668만달러를 획득, 1위였던 웹 심슨(미국)을 2위로 밀어내고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도널드의 역전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3라운드까지 무려 5타 차 공동 14위에 처졌고 이날 후반 9홀을 남겼을 때에도 선두에 4타, 상금왕 경쟁자 심슨에 2타나 뒤져 있었다. 전반을 버디 4개, 보기 2개로 마친 도널드는 후반으로 접어들자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10번홀 버디를 시작으로 15번홀까지 6홀 연속 ‘줄 버디’를 엮어냈다. 1타 밖에 줄이지 못한 전날 공동 선두 저스틴 레너드(미국ㆍ15언더파)를 2타 차이로 제쳤고 심슨은 공동 6위(1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PGA 투어에서 시즌 최종전에서 ‘뒤집기 상금왕’이 나온 것은 1996년 톰 레먼(미국)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 5월 생애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도널드는 이날 우승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게 됐다. 특히 단일 시즌 양대 투어 동시 상금왕이라는 역대 최초 기록에 바짝 다가섰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을 포함해 미국 PGA 투어 2승(통산 4승)과 유럽 투어 2승(통산 5승)을 따낸 그는 유럽에서도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약 180만달러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PGA 투어 평균 타수(68.86타)와 톱10 입상률(73.7%), 다승(2승ㆍ공동) 1위에도 올랐다. 또 포인트로 랭킹을 매기는 미국프로골프협회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 확정됐고 회원 투표로 수상자를 정하는 PGA 투어 올해의 선수 선정도 유력해졌다.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게 ‘옥의 티’다. 드라이버 샷 거리 147위(284.1야드)인 도널드의 강점은 아이언 샷과 쇼트게임이다. 그린을 놓쳤을 때 파 이상의 성적으로 홀을 마치는 능력인 스크램블링에서 8위, 퍼트로 얻은 타수 이득 1위에 올랐다. 이날도 10번~13번홀에서 2.4m 이내 버디 기회를 만들어 모두 성공시켰고 14번홀 5.4m, 15번홀에서는 13.5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군 뒤 나머지 3개 홀을 모두 파로 막아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나보다 40야드씩 더 멀리 때리는 선수들이 많아 우승을 하기 쉽지 않지만 골프는 단지 멀리 날리기 게임이 아니다. 나는 쇼트게임에 강하다고 자부하고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에 대해서는 “선수 경력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우승이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됐다. 달 위를 걷는 기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상금 상위랭커들이 통상 잘 나오지 않는 PGA 투어 가을시리즈 대회에 출전으로 도널드를 추월, 상금왕 싸움을 촉발시켰던 심슨은 약 55만달러 차 2위로 마감하며 ‘기적 드라마’의 빛나는 조연 역할을 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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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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