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판 오일달러] <상> 에너지, 수출한국 첨병으로

無에서 有로…<br>車·반도체보다 더 많이 팔아 "이젠 수출효자"<br>올들어 수출액 344억弗로 업종별 1위… 증가율도 110% 최고<br>낮은 생산단가·정교한 공정기술로 해외시장서 경쟁력<br>신흥국 수요 계속 늘어 향후 전망도 밝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수출 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해외시장 위축으로 반도체와 자동차ㆍ가전ㆍ컴퓨터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지난해 대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지난 10월 현재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무려 134억5,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흔들리면서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석유제품이 새로운 수출 한국의 '첨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들어 10월 현재 석유제품 수출액은 343억9,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나 늘었다. 석유제품 수출액 급증은 달러 확보를 통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 외에도 최근 외국인 이탈에 따른 환율급등을 진정시키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에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수출 대국으로 올라서게 한 정유업계의 노력과 성과ㆍ배경 등을 돌아보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지난 1일 SK에너지 울산공장의 해상출하조정실. 이곳은 석유제품 수출을 위해 들어오고 나가는 배를 통제하고 제품 선적을 관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영식 총반장은 “올 들어 수출 물량이 급격히 늘어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라며 “그래도 요즘은 수출역군 소리를 듣고 있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업계가 올 들어 대대적인 수출 드라이브를 걸면서 석유제품이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전국민의 고통 속에 ‘미운 오리새끼’로 인식되던 정유업종이 수출 주도형 업종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4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석유제품 수출액은 343억9,300만달러로 선박류(342억2,100만달러), 일반기계(321억2,500만달러), 무선통신기기(313억5,800만달러), 자동차(294만1,100만달러), 반도체(293만2,600만달러) 등을 따돌리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증가율도 단연 1위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두 배가 넘는 110.9%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올 9월까지의 원유도입액이 686억9,392억달러(전년 대비 증가율 52%)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석유제품으로 다시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석유제품 수출 증가율이 원유수입 증가율의 두 배에 달하면서 환율안정 등 국가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기름이 나지 않아도 오일달러를 번다=내수 위주의 단순 제조업으로 인식되던 정유업종이 수출로 눈을 돌린 것은 1980년대. 당시 제2차 오일쇼크로 인한 원유도입의 어려움과 국내 수요감소에 따른 가동률 저하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정유업계는 해외 정유사가 사들인 원유를 정제만 해주는 ‘임가공 수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 정유업계는 1992년부터 원유 및 석유제품 시장 안정화를 바탕으로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 수출을 시도했고 1997년에는 GS칼텍스가 업계 최초로 일본과 미국에 휘발유를 수출하며 품질을 인정 받았다. 2000년대 이후 국내 정유업계는 수출 비중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올해 큰 기회를 잡았다. 전세계적인 고유가로 올 초부터 경유 등 일부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중국ㆍ인도 등 신흥 산업국의 석유제품 수요가 폭증하자 한국 업체들은 아시아 역내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 결과 SK에너지의 경우 3ㆍ4분기 9조1,000억원의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해 삼성전자에 이어 수출 2위 기업으로 올라서며 현대차와 LG전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수출 비중은 64%까지 올라갔다. GS칼텍스도 올 상반기 매출의 54%를 수출하며 이달 말 무역의 날을 맞아 150억달러 수출탑 수상 신청을 마친 상태다. 국내 정유사 중 수출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S-OIL도 올해 매출 중 수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경쟁력=국내 정유업계가 이처럼 국제 석유제품 시장에서 우위를 갖는 이유는 뭘까. 우선 생산 단가가 해외 정유사보다 낮다. 정유업은 장치산업의 특성상 공장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규모의 경제로 인한 효율이 높다. 한국은 국토가 작아 지역 단위의 정유공장이 필요 없고 대형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게다가 삼면이 바다라 대규모 원유 도입 및 수출이 용이하다. SK에너지 울산공장의 경우 하루 84만배럴의 상압정제시설과 11만7,000배럴의 고도화설비를 갖춰 단일 규모로는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만큼 생산 단가 면에서 해외 중소 정유사들을 압도할 수 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정유사들은 국제시장에서 상당한 원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국내 수요가 줄어들 경우에는 수출 비중을 늘려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뛰어난 공정기술도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계된 공장생산 능력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는 정유사는 전세계에서 한국 업체들이 유일하다”며 “이같이 정교한 공정기술이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GS칼텍스의 경우 공장증설 없이 공정개선만으로 생산력을 높이는 이른바 ‘리뱀핑’을 최근 두 차례 실시해 하루 72만2,500배럴 생산량을 79만배럴까지 늘렸다. SK에너지는 공정 운전ㆍ유지ㆍ보수(Operation&Maintenance) 기술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개발해 수출, 매년 수백원대의 매출을 올릴 정도다. SK에너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국 정유공장의 베테랑 근로자들은 정교한 계측기기로도 잡아낼 수 없는 공정상의 이상을 망치 몇 번 두드려보고 알아내고는 한다”면서 “이 같은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전수되며 경쟁력을 담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Good’=정유업계의 수출 전망은 앞으로도 밝은 편이다. 우선 신흥산업국의 산업용 석유제품 수요가 줄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유럽의 차량용 경유 수요 및 난방용 등유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보여 세계적인 석유제품 수요 유지가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신규 시장에서의 수주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에너지 울산공장의 한 관계자는 “현재 15~20개국의 휘발유ㆍ경유 제품규격에 맞게 맞춤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면서 “영업조직이 수주한 제품규격에 무조건 맞춰 생산한다는 원칙으로 생산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벙커C유를 다시 분해해 휘발유ㆍ경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만드는 고도화설비를 꾸준히 증설하고 있어 향후 수출물량과 마진폭이 꾸준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