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메이저퀸 박인비 호수에 풍덩

나비스코챔피언십 최종<br>컴퓨터 퍼트 앞세워 메이저 통산 2승 달성<br>세계랭킹도 2위로 점프


마지막 홀 3m가량의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챔피언 퍼트를 가볍게 툭 쳐서 넣은 박인비(25)는 두 팔을 들어올리며 비로소 환하게 웃었고 대회 전통에 따라 그린 옆 챔피언의 호수에 뛰어들었다.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가 특유의 흔들림 없는 플레이로 생애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트로피를 수집한 순간이었다.

박인비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ㆍ6,738야드)에서 열린 나비스코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최종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어내 우승했다. 이날만 7타를 줄인 유소연(23ㆍ하나금융그룹)이 11언더파로 4타 차 2위를 차지했다.


◇비결은 퍼트와 스윙리듬=2008년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던 박인비. 이후 4년간의 우승 가뭄에 시달려야 했던 그는 2012시즌 LPGA 투어 2승을 거두며 부활했다. 상금왕과 평균타수 1위를 석권한 그는 올해도 2월 혼다 타일랜드에 이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까지 벌써 2승을 수확했다. LPGA 투어 통산 다섯 번째 우승.

부진의 터널을 빠져 나와 승승장구하는 원동력은 '컴퓨터 퍼트'다. 이번 대회 내내 길고 짧은 퍼트는 거리를 가리지 않고 홀 속으로 쏙쏙 들어갔다. 그 덕분에 2라운드 15번홀부터 4라운드 5번홀까지 무려 27홀 연속 '노 보기' 행진을 벌였다. 이날도 첫 홀 8m 거리를 비롯해 8번과 12번홀 등 중거리 퍼트를 연거푸 성공시키자 경쟁자들은 추격의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다소 '싱거운' 승부로 끝났다.


왼손이 아래쪽으로 오도록 그립을 쥐는 박인비는 어드레스 때 퍼터헤드를 지면에서 살짝 들어올린 상태로 후방 스트로크를 한다. 전문가들은 임팩트 후까지 헤드를 타깃 쪽으로 움직여주는 동작과 일관된 스트로크 리듬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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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스윙리듬은 많은 버디 기회를 만들어준다. 신지애(25ㆍ미래에셋)는 지난달 입국 때 "남의 스윙을 보지 않는데 박인비와 미야자토 아이(일본)는 의식적으로 쳐다본다"며 "느리면서 늘 똑같은 리듬의 스윙을 반복하는 게 박인비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인비의 이번 대회 72홀 그린적중률은 무려 79.2%에 달했다.

◇코리안군단 에이스로 우뚝=박인비는 지난해 상금과 평균타수 1위에 올라 최나연(26ㆍSK텔레콤), 신지애 등과 더불어 코리안군단의 대표주자에 합류했다. 올해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선보이며 LPGA 투어 5개 대회에서 2승을 수확했다. 2년 연속 상금왕뿐 아니라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도전할 기초를 든든히 쌓았다.

특히 이번 대회 우승으로 4위였던 세계랭킹을 2위로 끌어올렸다. 청야니(대만)의 독주가 끝난 LPGA 투어에서 박인비와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2승씩을 올리며 시즌 초반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박인비와 최나연ㆍ신지애가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함께 펼칠 '집안 싸움'은 올해 최대의 관전포인트다.

◇'메이저 강국' 코리아=박인비가 역대 세 번째이자 2년 연속 코리안 '호수의 여인'으로 등극하면서 한국선수는 지난해 US 여자오픈(최나연)과 브리티시 여자오픈(신지애)에 이어 메이저대회 3연승을 이뤘다. 지난해 나비스코(유선영)와 2011년 US 여자오픈(유소연)까지 포함하면 최근 열린 8개 메이저대회에서 5승을 합작해 '메이저 강국'의 위용을 과시했다. 한국선수 이외에 청야니(대만)와 펑산산(중국)이 3승을 차지하면서 최근 메이저대회 우승컵 8개는 아시아 선수가 싹쓸이했다.

한편 이날 상금 30만달러(약 3억4,170만원)를 받은 박인비의 우승으로 LPGA 한국군단은 이번 시즌 열린 6개 대회에서 신지애의 개막전(호주 여자오픈) 제패를 포함해 3승을 쌓았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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