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 '사실상 스톱'

순자산 총액 계속 줄어들고 신규 설정도 없어<br>"증시 수급 전체 위기에 봉착하나" 불안감 커져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주식형펀드의 신규 설정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증시 부진에 기존 펀드의 자금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새로 펀드를 만든다는 것은 엄두를 못 낼 뿐더러 설사 만든다고 해도 시중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국내 주식형펀드 순자산총액이 90조원 밑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신규로 설정된 펀드들에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이 끊겨 증시 수급 전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증시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한 당분간 펀드 시장의 침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개인 자금 유입 사실상 ‘스톱’= 21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하반기 들어 설정된 공모형 국내 주식형펀드는 총 14개로 이들 펀드 설정액은 1,882억원에 달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반기보다 자금 유입이 조금 줄어든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속내를 알고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하반기 전체 설정액 중 기관투자가 설정액이 1,75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개인들 주머니에서 나온 순수 개인 투자 유입금은 1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반기 공모 국내 주식형펀드 중 설정액(1,306억원)이 가장 큰 ‘ING라이언인덱스주식’펀드의 경우 C-I클래스로 구분되는 상품으로 모두 기관 자금이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은 대규모 기관 자금에 할인된 별도의 수수료 체계를 적용하기 위해 기관용(대규모 자금용) 클래스를 별도로 출시한다. 지난 9월10일 출시된 GS자산운용의 첫 공모펀드인 ‘GS골드스코프주식’펀드의 경우 총 20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지만 이중 기관 자금이 191억원이고 개인 자금은 12억원에 불과했다.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 출시한 국내 주식형펀드 두 개의 경우 자금 전액이 기관용 클래스로 들어온 것으로 개인 자금은 사실상 전무했다. HMC투자증권이 야심차게 출시한 ‘한국투자웰스디자인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펀드의 경우 몰린 자금은 4억원에 불과했고 LS자산운용의 새 상품은 6억원, SH자산운용과 대신투신운용의 새 상품에는 1억원의 자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주식형펀드 ‘내우외환’=기관 자금이라도 유입세만 탄탄하면 문제될 것은 없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 모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기관투자가로 집계된 자금은 펀드 출시 당시 우리가 직접 넣은 것”이라며 “펀드 출시 이후 외부자금 유입은 전무했다. 다른 회사들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 들어 새로 출범한 신규 운용사들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애초 약세장에서 시작한 만큼 상승장이 올 경우 그만큼 유리할 것이란 판단이었지만 하락의 골이 점차 깊어지면서 싹도 트기 전에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대기업을 끼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볼 수 있겠지만 대기업들도 현금 확보에만 올인 하는 마당에 신생 계열사를 섣불리 지원해주기가 쉽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심각해지면 일부 신생 운용사의 경우 운용보수로 인건비조차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총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규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마저 끊기면서 주식형펀드는 내우외환에 처했다. 지난 20일 기준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총액은 89조1,206억원으로 90조원이 붕괴됐다. 코스피지수 1,000선조차 장담하기 힘들어지면서 기대했던 저가 매수자금이 완전히 끊겨 국내 주식형펀드의 위기는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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