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국정원 실수 선정적 보도 유감


나라 안이 온통 떠들썩하다. 언론발(發) 국가정보원 특종에 정치권의 공방을 필두로 사회 전체가 논란에 휩쓸릴 태세다. 물론 이 사건의 중심에는 '국민의 알 권리'가 전제돼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오전9시 20분쯤 인도네시아 대통령특사단 숙소인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新館) 19층에 우리 국정원 직원이 잠입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 진위를 떠나 이 사건에서 '국민의 알 권리'의 대척점에 있는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면 유감스러운 장면이다. 알권리보다 국익이 우선 물론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겠지만 국익을 도외시한 채 특종이라는 매력에 선정적인 보도로 일관하는 언론의 모습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부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보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이 사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 만약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면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정보전쟁에서 초보적인 실수를 범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국익의 관점에서 보면 이 사태가 몰고 올 파장이 만만찮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간의 우호관계뿐 아니라 향후 다자 간 국제적인 경제협력과 교류 등에서 더 큰 오해와 불신을 쌓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리의 허술한 국가적인 구조 정비를 위한 큰 과제가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국정원은 지난해 리비아와 국교 단절 직전까지 갈 뻔한 전적과 함께 러시아ㆍ중국 등 해외 첩보활동에서 국가의 최정예 정보기관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실수를 해왔다. 모름지기 국가 정보기관을 비롯한 국가를 이루고 있는 기관들은 국익을 위해 국민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신속한 공조를 통해 움직이는 것이 생명이다. 이번 사태를 기회로 국가 정보기관의 구조적인 혁신과 프로페셔널한 정보의식을 하부 조직으로부터 혁신하기를 바란다. 또한 국익을 위한 임무를 공유하고 있는 언론도 국익을 앞에 두고 건설적인 국가기관들과의 공조의 틀을 유지하는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 마치 선정보도식(式)으로 쏟아내는 언론의 경쟁도 국익 앞에서는 자제돼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하여 언론보도도 국익을 고려해 고민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언론의 숨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당랑포선(螳螂捕蟬) 황작재후(黃雀在後)"라는 말이 있다. 사마귀가 매미를 노리지만 그 뒤에 참새가 사마귀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다. 지금 이 사건으로 이익을 보는 곳은 어디인지를 우리는 곰곰이 생각해보자. 현대는 치열한 정보전쟁 시대다. 이번 사태의 사실 여부를 떠나 비록 국정원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해 만든 필수적인 국가 정보조직이 국정원이다. 국정원도 철저한 자성 보여야 국정원의 실수가 있다면 그들 내부적인 처절한 자정의 기회를 주도록 하고 이를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비롯한 국민들은 그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국익을 앞에 두고 폭로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것이 너무나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우리가 현명한 국민이라면 그 실수가 지금은 너무나 아프지만 결국은 보약이 되기를 기대하고 격려하는 채찍을 드는 것이 온당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국 정보조직의 실수를 강 넘어 불구경하듯 이렇게 드러내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국정원의 분발과 언론의 자제를 당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