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계대출 막힌 은행 "이젠 소호대출"

개인사업자 부실 가능성 적어<br>일부銀 연초보다 10%나 늘어<br>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 中企의 2배

금융당국이 강도 높게 추가적인 가계대출을 억제하도록 요구하자 은행들이 개인사업자(SOHO)를 새로운 공략대상으로 삼고 이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 은행에 따라서는 대출총액이 연초 대비 10%가량 늘었으며 최근에 증가속도가 빨라지는 양상이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신용도가 높지는 않지만 부실화할 가능성이 여타 중소기업에 비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출금리도 비교적 높아 은행들의 수익성에도 좋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액이 지난해 말 30조5,000억원에서 9월6일 현재 33조원으로 2조5,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신한은행 역시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총액이 19조9,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뛰었다. 개인사업자의 대출 증가속도는 중소기업의 여신에 비해서도 빠르다. 신한은행만 놓고 보면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말 51조2,000억원에서 지난 5일 현재 53조8,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가량 늘었다. 늘어난 규모는 비슷하지만 증가율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10%)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5%)의 두 배에 이르는 것이다. 이들 두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총액 증가폭은 여타 은행에 비해서도 높다. 우리은행의 경우 20조6,000억원선으로 연초보다 되레 줄었고 하나은행은 10조9,000억원으로 7,000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 수요는 제한적인데 중소기업 여신은 연체율이 높다"면서 "당국이 가계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상황에서 자산을 확대해야 하는 은행은 개인사업자의 대출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이 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여신시장의 흐름과도 맞아 떨어진다. 은행의 여신확대의 주요 수단이었던 가계대출은 최근 막혀 있다. 가계대출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자 감독 당국이 명확한 지침은 내리지 않았지만 대출증가율은 전월 대비 0.6%선으로 묶여 있다. 은행들은 결국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해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거나 신용대출 제한, 여유자금 대출 중단 등의 수단을 동원할 정도다. 가계대출이 막혔다고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마냥 늘릴 수도 없다. 중소기업은 연체율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자금여력이 충분한 대기업은 돈을 많이 가져다 쓰지도 않는다. 이들은 시중 금리가 싸다 보니 기껏 돈이 필요한 곳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하고 있다. 여신 운용의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은행들이 주목하고 있는 게 바로 개인사업자다. 개인사업자는 낮은 연체율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개인사업자 여신 연체율은 각각 0.5%와 0.46%다. 연체율이 1%를 넘는 중소기업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경기 악화 등으로 지난해 중소기업 부문의 부실이 증가했다"면서 "반면 개인사업자는 연체율이 낮고 안정적이어서 중소기업 여신보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개인사업자의 여신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는 대출규모도 많지 않다. 2억~5억원 수준인데다 담보를 갖고 있다. 더구나 생업과 연계된 대출이 많고 우량개인사업자도 많다. 업종도 다양하다. 대출의 포트폴리오를 짜기가 쉬운 것이다.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여신은 건당 대출금액이 3억원 안팎으로 적고 업종이 다양해 포트폴리오를 짜기가 쉽다"면서 "특히 우량 고객 중심의 여신이 늘고 있어 리스크 관리도 안정적이라는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ㆍ신한은행은 이를 간파하고 개인사업자 대출을 유도하는 상품을 내놓은 뒤 점주권(지점 주변지역)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개인사업자의 금융 지원을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ㆍ신용보증재단과의 금융지원 협약도 맺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영업점 인근의 개인사업자의 신규 여신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서 관련 여신이 기타 기업 여신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올해 프라이빗뱅킹(PB) 영업과 연계해 우량 개인사업자 고객에 대한 여신을 확대했는데 부동산임대업 부문의 여신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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