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상고온·잦은비 때문에 수확량 절반으로 '뚝' 농심이 타들어 간다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추석 풍경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고, 그나마 수확된 것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추석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올 여름 이상고온과 잦은 비, 여기에다 연이은 태풍으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추석을 맞는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이상기후'에 따라 과일과 채소 등 추석 물가에 비상이 걸리면서 도시민들 역시 추석나기가 만만치 않다. ◇고온다습에 태풍겹쳐 과일ㆍ채소 수확 크게 줄어= 전남 나주시 봉황면 욱곡리 김진숙씨(45)는 이달 초 갑자기 불어 닥친 돌풍으로 한창 익어가던 배가 10%정도 떨어지는 낙과피해를 입었다. 이미 봄 개화시기에 쏟아진 우박으로 인해 착과율이 60%수준에 그쳐 가뜩이나 수확이 걱정이었는데 다시 돌풍 피해로 수확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000여평의 배 과수원에서 1년 내내 땀 흘려 수확해도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상황인데 올해는 수확량이 줄고 품질도 보장할 수 없어 한숨 소리가 더 커졌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 태풍 때 내린 비로 4가구의 논이 완전히 물에 잠기는 바람에 마을 전체가 우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경북 군위에서 시설하우스를 통해 방울토마토와 상추를 생산ㆍ유통하는 고병훈(50)씨는 "이상고온으로 벌의 활동량이 줄면서 토마토 수정 자체가 줄어든데다 과실의 꼭지 부분이 갈라지거나 크기도 작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전했다. 또 "상추의 경우 고온으로 잎이 녹아 내리는 바람에 출하하더라도 신선도도 크게 떨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사과 농가 사정도 비슷하다. 영천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고 있는 이상기(65)씨는 "잦은 비, 태풍으로 낙과된 과실이 많은데다 크기도 평년의 절반 수준"이라며 "당도도 떨어져 이렇게 맛이 없는 사과는 제수용품으로 출하도 못한다"고 탄식했다. 태풍 '곤파스'의 직격탄을 맞은 수도권은 피해가 더 심각하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먹골배를 재배하고 있는 김모(53)씨는 "3만㎡의 배 과수원이 태풍으로 쑥대밭이 됐다"며 "매년 72톤의 배를 수확해 1억원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나 올해는 낙과가 심해 얼마나 손실을 입을지 알 수 없어 그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벼농사도 걱정= 부산ㆍ울산을 비롯한 영남권은 그나마 태풍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앞으로 쌀값이 더 큰 걱정이다. 현재 쌀 재고 적정 비축량을 초과하는 등 쌀이 남아도는 바람에 부산지역 농가는 천재지변을 비켜갔음에도 한숨만 짓고 있다. 부산 강서구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점호(47)씨는 "태풍에도 벼가 눕지 않아 작황이 나쁘지 않지만 동네 벼창고를 열 때 마다 우울하다"며 "쌀이 남아돌아 수매도 되지 않아 가슴만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어 "걱정이 많지만 추석을 맞아 집에 내려오는 자식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어 속으로만 삭히고 있다"며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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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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