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액션플랜 없이 '말뿐인 성명' 금융불안 불길 잡기엔 역부족

[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G20 유로존 지원 긴급성명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이 22일(현지시간) 예정에 없던 긴급성명을 발표한 것은 급격하게 번지는 금융불안의 불길을 잡기 위해 주요국 간 국제공조를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기침체 발언과 유럽 은행들의 신용경색 조짐, 각국 경제지표 부진 등의 악재로 이날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자 세계경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G20 국가들은 긴급성명을 통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동원하겠다는 다급한 메시지를 시장에 내보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조치가 없는 '말뿐인' 성명은 투자자들에게 확고한 신뢰를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앞서 유럽 재정위기 지원의 구원투수로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전면지원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 유럽발 위기 확산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G20 재무장관들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은행 시스템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며 바젤Ⅲ 기준협약에 따라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권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G20 국가들은 특히 유럽 재정위기 타개를 위해 유로존 국가들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유로존 회원국 의회가 다음달 14~15일에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때까지 EFSF 증액안을 통과시킬 것을 거듭 촉구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현재 유로존 내부에서 EFSF 규모 증액방안으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제안했던 레버리지(차입)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레버리지 방식은 국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의 지급보증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투자를 독려해 기금규모를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10월 하순쯤이면 EFSF 확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도 급한 불을 끄느라 다급하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뤽 코엔 EU 정책담당위원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섹터에 이어 실물경제지표마저 취약해지는 것에 대비해 금리인하 및 장기대출 확대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G20의 극적인 성명발표에도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G20의 발표가 구체적 조치들은 없는, 한마디로 김빠진 성명이었다는 이유에서다. 말레이시아 메이뱅크의 사크티안디 수팟 외환리서치 담당자는 "10월 중순까지 EFSF 증액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상 가능한 수준의 성명이었다"며 "정작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내용은 모두 빠졌다"고 혹평했다. G20 재무장관들은 이날 합의에 기초해 오는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때까지 회원국 간 조율을 통해 중단기 차원의 액션플랜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각국이 경기부양과 시장안정에 유효한 정책적 툴을 사실상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G20 국가들이 모여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유로존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여겨졌던 브릭스도 유로존과 거리 두기에 나서면서 국제공조가 제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브릭스 재무장관들은 이날 G20 회동 전 별도 모임을 가진 뒤 성명을 통해 "유로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지원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브릭스-유로존 양자 간 거래는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IMFㆍ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해 "유럽은 재정위기 해결책을 자신들이 찾아야 한다"며 "한계에 다다르면 유럽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유로존 지원을 위한 국제공조에 또 다른 암초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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