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8일 CEO초청 특강에서 CEO의 자세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좋은 CEO란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호재기자

“능력과 실력만으론 성공한 CEO가 될 수 없습니다. 그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 받는 CEO로 거듭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8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특강’에서 “대학에서 학점이나 스펙 쌓기에 치중한다고 성공한 리더의 자리를 보장 받는 것은 아니다”며 “리더는 자신의 성공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남의 허물을 감싸줄 수 있는 포용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인교육 및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지난 2002년 바이오벤처기업인 셀트리온을 창업, 10년 만에 국내 시가 총액 4조 1,000억원의 글로벌 바이오 벤처기업을 일궈낸 ‘대박신화’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가 수십 년 만에 모교를 다시 찾아 200여명의 후배들 앞에서 풀어놓은 ‘성공한 리더’의 조건은 단순 명료하면서도 진정성을 담고 있었다. 그는 “사업이 안정화 궤도에 오르기 전인 지난 2006년, 자금난에 허덕이며 자살을 결심한 적이 있었다”며 “그때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고마운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케 하기도 했다. ◇성공한 리더는 ‘존경 받는 사람’이 되는 것=학창시절 건국대학교 설립 이례 공대생 최초 조기졸업을 비롯해 32살에 대우그룹 최연소임원 자리를 꿰찰 정도로 실력 면에서 인정 받았던 서 회장이지만 “창업 이후 여러번 위기를 겪을 때마다 주변에 내 편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서정진 회장이 “회사직원들이나 가족들에게 매일 소리를 지르며 야단만 치다가 어느 날 부턴가는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며 “그 작은 변화가 내 주변 사람들을 변화케 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때문에 최근 대학사회가 인성교육보다는 취업을 위한 ‘취업사관학교’로 변질되는 현실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전공 수업과 학과 점수도 중요하지만 대학생활을 하면서 나를 믿고 따르는 친구가 몇 명이 있는지부터 돌아보라”며 “대인관계에 실패한 사람은 사회에 나와서도 리더로 성공할 수 없다”고 주문했다. ◇리더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사람=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이 해체되며 사실상 백수가 됐던 서회장. 당시 대우그룹에서 서 회장과 함께 근무하던 임직원들과 설립한 회사가 바로 셀트리온의 지주회사인 넥솔바이오텍이다. 그는 사업 구상을 위해 무작정 방문했던 샌프란시스코의 바이오밸리에서 바이오 산업의 미래에 대해 눈을 떴다. 그는 “2001년에 샌프란시스코 바이오 업체들을 접하며 2012년에는 헬스케어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을 직감했다”며 “헬스케어시장이 기존 연구ㆍ개발 위주에서 산업(industry)로 변화하면 셀트리온이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당시 미국의 제약회사인 제네틱으로부터 기술 이전에 성공, 전통적인 제약 강국인 유럽과 미국을 제외하고는 단일항체 의약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전세계 유일의 동양 기업이기도 하다. 그는 “1세대 의약품인 효소, 호르몬, 성장인자, 혈액제제 등의 의약품 보다는 진입장벽이 높은 2세대 의약품인 단일항체 개발에 뛰어들었다”며 “창업 이후 10년간은 도약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생각하고 다가올 미래에 착실히 대비했다”고 밝히며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식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회를 활용할 줄 아는 기업=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안목과 함께 기회를 활용하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서 회장은 “한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몸소 체험하기도 쉽지 않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채 기회를 놓치기 일쑤”라며 “모든 비즈니스에서 품질ㆍ가격경쟁력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바로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셀트리온의 최대 경쟁력은 남들보다 적어도 4~5년 정도 앞선 타이밍”이라며 “남들이 따라올 무렵에 우리는 이미 항체의약품과 케미컬을 접합하는 인더스트리 단계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기업들의 바이오 사업 진출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는 물론 전세계 바이오 산업의 선두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서 회장의 자신감도 여기서 비롯된다. 서 회장은 마지막으로 CEO의 덕목 중 하나로 건전한 경영철학을 꼽았다. 그는 “CEO는 이삭을 줍는 사람이 아니라 모를 심는 사람”이라며 “경영자는 자신의 룰에 따라 매일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직원의 창의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CEO의 창의력과 노력”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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