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못 믿을 군… 불안해서 아들 보내겠나"

총기난사 충격 가시기도 전에 윤일병 사건 터져 부모들 분노

청와대·국방부 등 홈페이지에 가해 병사 강력 처벌 요청 쇄도<br>인권위, 검찰총장에 수사 의뢰

"결혼한 지 15년 만에 낳은 하나뿐인 아들을 얼마 전 군대로 보냈습니다. 안전하게 책임질 자신 없으면 차라리 지금 돌려보내 주세요."(60세 김모씨)

"군대에 가 있는 제 아들 바로 불러들이고 싶습니다. 땜질처방이 아니라 제대로 개선된 뒤 복귀시키고 싶어요."(40대 박모씨)


지난 4월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숨진 육군 28사단 윤모(23) 일병에 대한 또 다른 가혹행위 사실이 알려진 지 닷새째인 4일. 국민들의 분노와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식을 군에 보냈거나 입대를 앞둔 부모들의 근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불과 한 달 전 최전방 부대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부와 군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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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비롯해 국방부·육군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무책임한 군을 탓하는 민원과 가해 병사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요청,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50~60대 부모들도 돋보기안경을 끼고 집게손가락으로 자판을 누르며 성토 대열을 주도하고 있다.

이날 처음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60대 김모씨는 '가슴이 탁탁 막히고 견딜 수가 없어 글을 쓴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군에 보낸 아들이 정신병을 얻거나 시신으로 돌아올까 봐 두렵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군대 대신 감옥에 가는 것이 낫다"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백모씨도 "제 아들은 군대 안 보내기로 했다"며 "기회가 되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상실감을 표현했다. 이밖에 '가해 병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라' '육군 고위급 간부들도 책임져라'는 내용의 글도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일명 '곰신(고무신의 준말)'들도 윤 일병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윤 일병에 대한 애도나 남자친구에 대한 걱정의 내용이 다수지만 정부 대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일부에서는 아들이나 남자친구가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송모(23·여)씨는 "내 남자친구가 후임병을 괴롭히거나 그런 모습을 봐도 방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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