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장관급 물가회의 무용론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20일 기존의 차관급 물가회의에 장관들이 참석하라고 전격 지시했다. 갑자기 장관급으로 격상된 물가회의는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고 지금 한 달째를 맞았다. 그런데 이번주에는 물가회의 일정이 사전에 발표되지 않다가 30일이 돼서야 9월1일 오전8시에 회의를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9월1일은 정기국회 개회일로 박재완 재정부 장관 등 대부분의 장관들이 국회에 출석해야 한다. 이번주 회의는 장관들이 국회에 출석하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 참석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주에는 물가회의를 따로 할지 다른 회의에서 합쳐서 할지 고민이 많아서 일정 잡기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물가회의에 참석하는 장관들의 일정을 조율하기가 매우 어렵다. 박 장관이 정기국회 개회를 맞아 예산안 및 재정운용계획안, 세제개편안 등으로 정신이 없고 지식경제부와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각 부처행사와 현안 때문에 바쁘다. 물가회의에 대한 홀대(?)는 정부가 더 이상 '물가안정'을 최대 경제현안으로 보지 않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실제 정부는 물가가 8월에 올해 최고치를 찍은 후 9월부터 수치 상으로는 하향 안정세로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농산물을 제외한 유가 등 다른 품목들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불호령'으로 급조된 장관급 물가회의를 계속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박 장관도 최근 "기상이변이 없다면 물가가 4.0%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만큼 이제 모든 장관을 다 불러모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장관급 회의에 따른 부작용을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물가회의가 장관급이기 때문에 뭔가 '그럴듯한'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부담이 정부 내에서는 크다. 이 때문에 지난주 물가회의에서 '공공기관 차량은 정부가 지정한 싼 주유소만 이용하라'는 무리한 방안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협회는 정부의 기름값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겠다며 실력행사에 들어갈 태세다. 정부는 그동안 장관급 물가회의를 통해 시장에 충분히 메시지를 보냈다고 여겨진다. 이제는 물가 관련 고위 실무진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 지나치게 높은 '격'으로 인한 비효율을 줄이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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