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장관으로 가는 지름길(?)

권구찬 기자<정치부>

[기자의 눈] 장관으로 가는 지름길(?) 권구찬 기자 chans@sed.co.kr 지난 27일 오후5시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 노무현 대통령이 쓴 '열린우리당 당원 동지에게 드리는 편지'가 홍보수석실을 통해 전달됐다. 노 대통령은 편지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보은ㆍ낙하산 인사'에 대해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간절한 목표를 실천하는 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가 몸담았던 정당은 영남에서 지지가 없다 보니 명망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아 선거 때가 되면 인물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면서 "이런 악순환으로 지역구도는 더욱 굳어진다"고 말했다. 낙선자의 공직 기용이 선거용이라는 의미를 굳이 숨기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당도 남의 일로 생각하지 말고 이런 뜻을 수용해달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글은 당원에게 보내는 것이지만 사실상 국민들에게 보은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깊은 뜻'을 이해해달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편지가 기자실에 전해진 지 3시간쯤 뒤 새 환경부 장관에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 전 청장의 환경부 장관 발탁은 낙선자 보은 인사에 대한 따가운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와대가 '나의 길을 가련다'는 결연한 각오를 밝힌 것처럼 들린다. 청와대는 나아가 장관 발탁이 정치적 고려에서 비롯됐다고 공공연하게 대놓고 이야기한다. 김완기 인사수석은 28일 법무부ㆍ환경부 장관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구ㆍ경북 지역은 열린우리당의 취약 지역이다. 당의 전국정당화에 대비하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설명했다. 앞서 23일 김 수석은 "민주정치는 정당정치ㆍ책임정치이기에 (낙선자) 배려 케이스라고 해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쯤 되면 공직사회에서는 정책과 업무를 챙기기보다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것이 장관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할 법도 하다. 참여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원칙과 시스템을 강조하면서 공직사회에 혁신의 코드를 불어넣고 있다. 이용섭 청와대 혁신수석은 "혁신은 익숙한 것으로부터 단절"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낙선자 보은 인사, 장ㆍ차관 선거차출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부터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 아닌가. 장관과 공기업 사장 자리가 정치ㆍ선거용으로 이용되는 것은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합리화될 수 없다. 입력시간 : 2005/06/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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