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본주의 반대" 확산
[2000 격동의 지구촌]거세진 반(反)세계화 물결
국제통화기금(IMF), 유엔, 세계경제포럼(WEF), 서방선진 7개국(G7) 등 국제기구들이 주최한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는 도시마다 '선진국 중심의 세계화 반대', '빈국의 부채탕감' 등의 구호를 앞세운 시위대의 물결이 넘쳐 난 한 해였다.
프라하, 워싱턴, 니스, 다보스, 오키나와 등 세계 각지의 회의개최 도시들은 이들 시위대의 함성으로 뒤덮여 주최측은 치안대책 마련에 급급하느라 회의개최의 본래 취지를 잃어버리거나 당초 일정을 단축하는 등 골머리를 앓았다.
사회주의권의 몰락 이후 독주해온 자본주의 모순에 대한 시위대의 준엄한 비판은 올해 전세계적인 공감대를 확보하면서 국경을 초월한 '반(反)세계화 운동의 세계화'를 이끌어냈다.
몇 년 전부터 진보적인 학자와 언론을 중심으로 "세계화는 사회복지 예산을 축소하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신자유주의의 지구적 확산에 다름 아니다"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경제문호를 개방하고 해외자본과 기업의 활동을 전면 보장하는 글로벌 자본주의는 결국 빈국과 선진국내 저소득 계층의 고통을 늘릴 뿐이며 부의 편중을 오히려 심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특히 IMF,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들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들 기구가 선진국과 다국적기업의 이익 보장에만 혈안이 돼 가난한 나라의 경제개발과 빈민의 생활향상을 지원한다는 당초 설립취지에 정반대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올해 반세계화 운동세력은 인터넷을 주무기로 급속히 세를 불릴 수 있었다. 전자우편이나 관련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손쉽게 전세계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시위주제나 방법 등을 논의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동조세력을 손쉽게 결집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시위대의 타깃이 된 단체들도 이들의 주장을 부분적이나마 수용하기 시작했다.
세계은행과 IMF는 개발도상국 특히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난이 심각한 상태이며 지난 10년간 세계화의 급속한 진전에도 불구 가난해소 작업에는 거의 진척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세계은행은 러시아에 자본주의가 정착하면서 오히려 절대빈곤층이 10배나 늘어났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들 기구들은 또 비정부기구(NGO) 인사들의 연구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했으며 인터넷을 통한 공개하는 자료의 양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분담금 비중에 따른 의결권 배정철폐 등 시위대들이 이들 기구개혁의 핵심사안이라고 주장한 내용들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 다국적기업들의 글로벌화 전략에 따른 해외진출과 인수합병 등의 추세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양측의 격돌은 갈수록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