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유럽 투자 늘릴테니 中시장경제 인정하라"

[리먼사태 3년… 유럽서 되살아난 악령] <br>원자바오, 對中 투자규제 해제 요구 등 '위상 높이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경제의 소방수로 나섰던 중국이 3년이 지난 지금 한층 까칠한 모습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했다. 유럽 등에 대한 지원을 내세우면서도 갖가지 조건을 붙임으로써 이번 위기를 틈타 중국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높이겠다는 계산에서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14일 중국 다롄에서 개막된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개막연설을 통해"유럽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재정위기에 빠진 유럽연합의 구원투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은 완전히 개방된 시장경제 구조를 이미 갖췄다며 유럽연합에 대해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할 것을 촉구했다. 전세계 90여개 국가에서 온 정ㆍ재계 지도자 1,6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온 그의 발언은 3조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세계경제의 급한 불을 끌 용의는 있지만 이 참에 반대급부로 챙길 것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 유럽연합ㆍ미국 등 선진국은 중국의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재정긴축 노력 을 통해 국가 부채위기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등 무역보복 조치 등을 취할 때 중국이 시장경제 지위에 있지 않은 국가라는 점을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들고 있다. 원 총리는 이날 "중국을 시장경제 지위 국가로 인정해야 유럽연합이 중국을 친구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유럽 측을 압박했다. 유럽연합은 중국 전체수출의 22%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지역이며 중국 입장에서는 유럽연합과의 무역마찰을 줄임으로써 글로벌 수요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경기를 되살려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원 총리는 아울러 선진국들이 스스로 재정긴축 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출에서 내수ㆍ소비 주도로의 경제성장 모델 전환을 가속화해나가겠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에 대해서도 주요 전략 및 첨단 산업에 대한 대중 투자 규제를 풀어 일자리 창출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는 미국이 현재 해야 할 3대 과제는 ▦외채 규모 통제 ▦재정적자 감축 ▦산업 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고 충고했다. 중국은 그동안 국가부도 위기에 빠진 그리스ㆍ아일랜드ㆍ포르투갈 국채를 매입한 바 있으며 최근 재정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국채 매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터에 유럽연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구원투수 역할은 맡되 확실한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국제 무대에서 유리한 발판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하계 다보스포럼은 16일까지 '성장의 질 제고, 경제난국 극복'이라는 주제로 세계경제 위기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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