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국민안전과 공직사회 혁신 등 국가 대혁신 과제도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개헌 논의에 명확히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나 내각제 등의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처리한다 할지라도 박 대통령은 개헌에 따른 중임이 불가능해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 서둘러 진화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개헌 논의가 내년 초에 본격화돼 내년 후반기에 어떤 형태의 개헌안이든 통과시킬 경우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개헌에 따른 여야의 셈법으로 레임덕에 허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개헌 논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회를 지원하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도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개헌 논의의 속도를 늦추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야 의원들의 입장도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친이계로 분류되는 정병국 의원은 "1%만 이겨도 권력을 다 가지는 지금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각제가 필요하다"며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가 끝나는 11월 말에 개헌특위를 발족해 본격적으로 논의할 경우 정부와 여당이 우려하는 '개헌 블랙홀'을 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친박계의 한 의원은 "개헌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개헌 논의에 거부감을 드러낸 상황에서 더 이상 개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면서 "박 대통령의 의중대로 경제살리기에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개헌 논의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하게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맞섰다. 변재일 의원은 "대통령 중심의 권력 독점, 승자 독식구조를 깨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4년 중임제보다 내각제·이원집정부제와 같은 권력구조가 더 적절하다"면서 "지금 총선과 대선이 없는 시기에 개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만큼 개헌은 개헌대로, 경제활성화는 경제활성화대로 하면 문제 될 것 없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의원 역시 "중임제이든 독일 같은 내각제든 간에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면서 "국회의원들의 과반이, 국민들 70~80%가 개헌에 찬성하는 상황이므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