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법관 인선 "누더기 인사" 우려

개혁·다양성 명분에 밀리고… 각계 몫 배분요구에 눌리고…<br>후보추천 마감·6월 5일 심의 시작 <br>학계·여성계는 인사풀 적어 고충<br>지역·학교안배 등 구태적 기준 벗고 인품·전문성·개혁성 등 잣대 삼아야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 추천이 29일로 마감된 가운데 법원노조 등 일부 단체가 추천 후보를 공개하면서 내달 5일 예정된 제청자문위원회의 후보자 심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인사 하마평이 무성하게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올 7월 대규모 대법관 교체가 개혁과 다양성이라는 명분에 밀려 ‘누더기’ 인사가 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법관 인선이 시대 흐름에 맞춰 사회 각계의 가치를 조화롭게 대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일부 시민단체 등은 개혁 기치 아래 법률 전문성이 미흡한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고 있어 법리 해석의 최종 판단기구인 대법원의 위상에 흠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다 여성과 학계 몫 배분 등 ‘원칙 아닌 원칙’과 고위 인사 시즌때마다 나오는 지역ㆍ학교 안배 고려라는 변수 때문에 대법관 인사가 원칙없는 짜깁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말 시환 변호사 등 3명이 대법관에 임명된데 이어 이번에 5명이 또 교체되면 전체 대법관 13명(대법원장 포함)의 61%가 바뀌어 대법관의 지형도 자체가 달라진다. 사회가 민주화ㆍ다원화하면서 새만금 공사 사건 등 대규모 국가사업부터 성전환 인정 여부 등 개인자유 한계 설정까지 대법원의 정책적 기능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오는 7월 6년 임기로 임명될 5명의 대법관 인사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에따라 법률 지식과 폭넓은 식견을 겸비하고 각계 가치를 아우를 수 있는 인사가 선택기준이 돼야한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지난해 9월 취임식에서 “법조 전문성, 합리적 판단력, 인품 그리고 다양한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대법관으로 뽑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출신학교, 지역 안분에다 학계 몫, 여성 몫 등 도식적 구색을 맞춰야 하는 현실에서 진정한 보수와 진보 구도는 차치하고라도 제대로 된 대법관 인선이 이뤄지겠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있다. 법조계 안팎의 예측대로 학계 몫 1명, 여성 몫 1명, 검찰 몫 1명을 빼고 나면 2명의 자리가 남는다. 나머지 2명마저도 현직 법관이냐, 재야 변호사냐에서부터 지역ㆍ학교 안배를 하고 나면 그야말로 무늬만 다양성을 갖춘 ‘짜깁기’ 인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위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관 인사는 각계 사람을 고루 넣어야하고 우리나라 특유의 지역ㆍ학교 안배를 해야하는 고난도 방정식을 푸는 것 같다”며 “이 과정에서 대 원칙이 훼손되기 십상이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조계 안팎에서 인품, 전문성, 개혁성을 두루 갖춘 인물로 추천 후보 0순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이 원장이 경기고 출신이기 때문에 나머지 후보는 비 경기고 출신 중에서 물색하는 식의 구태한 인사 패턴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의 모 부장판사는 “학계나 여성계 등에서 거론되는 후보를 보면 1~2명이다. 그만큼 인재풀이 적다는 뜻이다. 적은 인재풀에서 다양성을 고려해서 뽑는다면 그만큼 자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각계와 시민단체, 지역 등의 이해관계를 떠나 취임식에서 밝혔듯 진정으로 법적 전문성과 다양한 가치를 대변할 대법관을 인선할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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