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룡' 미디어그룹 실적은 미지수

'공룡' 미디어그룹 실적은 미지수 합병 발표시점 비해 시장 악화 '신(新)경제시대를 주도할 초대형 미디어기업' 세계 1위의 인터넷서비스기업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굴지의 미디어ㆍ연예기업인 타임워너가 합병발표 1년여만에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OK사인을 받았다. 합병에 이르는 최대의 장애물을 제거한 양사는 이르면 내년초에 'AOL-타임워너'란 이름의 새로운 통합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방송, 출판, 언론, 케이블망, 인터넷 등을 아우르는 1,110억달러 규모의 매머드급 합병사가 탄생,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성사 초읽기 AOL과 타임워너에 남은 마지막 걸림돌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절차. 그러나 이미 서슬 퍼런 유럽연합(EU) 독점국과 FTC의 독점규제 심의를 통과한 두 회사는 FCC 위원들에게도 합병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10일 기습적인 합병발표로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물끼리의 동거는 이번 FTC의 합병승인으로 사실상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사는 14일 공동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번 FTC의 판결에 매우 기쁘게 받아들인다"며 "이번 결정은 현재 최종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규제당국의 심리절차에 있어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현재 FCC와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협상타결을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피토프스키 FTC의장은 이날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돼온 타임워너의 케이블망을 AOL의 경쟁업체들이 아무 불이익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안을 마련했다"며 "관련 기업들이 대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NBC 등 양사합병을 반대했던 경쟁기업들도 이날 발표된 양보안이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밝혀 향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난제도 많아 두 회사의 앞날이 장미빛 전망만으로 가득찬 것도 아니다. 증시폭락, 경기둔화조짐 완연 등 지난 1월 양사가 합병을 발표했을 때에 비해 현재 시장상황은 크게 악화돼으며 두 회사 경영진의 조화문제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AOL-타임워너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광고시장의 성장둔화와 닷컴위기에 따른 인터넷 비즈니스의 급격한 위축 등을 주요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 합병발표 이후 AOL과 타임워너 주가가 각각 31%, 19%씩 하락,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합병사의 부회장으로 결정된 제럴드 레빈(61) 타임워너 회장이 19살이나 어린 AOL의 스티브 케이스(42) 회장과 안정적인 '투톱시스템'을 꾸려나가기 힘들지 않겠냐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FTC의 승인을 받기 위해 제시한 양보안으로 인해 합병의 시너지효과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타임워너의 케이블망을 통해 AOL이 초고속 인터넷서비스 시장을 독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런 가능성이 물건너 갔다는 얘기다. 법률회사 듀이 밸런타인의 기업 인수합병(M&A)담당 책임자인 모튼 피어스는 "양사는 아직 이질적인 기업문화의 충돌을 무릅쓰고 합병을 감행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를 투자자들에게 확신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여질 경영진의 능력과 비전제시가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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