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칼럼] NIS구축의 합리적 잣대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송현칼럼] NIS구축의 합리적 잣대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고려시대ㆍ조선시대 왕에게는 임금의 잣대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신하의 잣대와 확연히 달랐고 백성의 잣대와도 달랐다. 임금은 임금의 위치에 맞는 잣대로 세상을 보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자 권한이었다. 권력을 위해 혈육도 죽여야 하는 시점에서 어김없이 등장한 것이 바로 이 임금의 잣대였다. 임금의 잣대라는 말 하나로 임금의 행위는 정당한 통치행위로 받아들여졌다. 오늘날 이러한 가치평가의 기준인 잣대는 다분히 국민 중심으로 옮겨왔다. 과거 관행으로 여겨져왔던 불법 정치자금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따라왔던 비리의 사슬들이 심판대에 오른 것은 바로 정치가들의 잣대, 권력가들의 잣대로 세상을 재던 것에서 국민의 잣대로 판단기준이 바뀐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고유업무인 국가과학기술 기획ㆍ평가 기능은 이러한 차원에서 이미 KISTEP이 설립되면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잣대를 만드는 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 하겠다. 물론 비리나 검은 고리가 있어서가 아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크게 부각되고 전체적인 연구과제나 예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평가ㆍ관리하는 합리적인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구에 의해 태어난 것이 바로 KISTEP이다. 지금 정부의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의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국가기술혁신체계(NIS) 구축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과학기술부의 부총리급 부처 격상과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출범에서 가장 확실하게 표현되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위상과 혁신본부의 업무를 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국가 차원의 R&D 기획ㆍ평가ㆍ조정 기능의 강화다.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이러한 강력한 국가 차원의 종합조정 기능을 이제부터 우리가 잘 발전시키고 정착시켜 세계 각국이 벤치마킹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구개발비에 대한 엄정하고도 합리적인 잣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더이상 임금의 잣대가 통하는 세상이 아니다. 파이는 작은데 이것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다 보면 서로 더 큰 것을 차지하려는 싸움도, 먹지 못한 사람의 불만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연구비에 대한 평가는 임금의 잣대보다는 백성의 잣대, 연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잣대를 더욱더 필요로 하는 것이다. 파이를 정확히 몇 조각으로 자르기란 참 어렵다. 또 한 가족 내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눠진 조각을 먹는다는 것도 사실은 불합리한 것일 수 있다. 활동량이 많은 어른이 더 큰 조각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어떤 사람은 한창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에게 더 큰 것을 줘야 한다고도 말한다. 맏형이라고 해서, 또 돈을 많이 벌어온다고 해서 무조건 큰 조각을 달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나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큰 조각을 먹고 더욱 힘을 내서 우리 가족에게 더 크게 기여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현하고 또 이해시키는 노력이 당연히 필요하다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 재무성과 위주의 기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부과정 및 고객ㆍ혁신ㆍ성장을 포괄하는 BSC(Blanced Score Cardㆍ균형점수표)의 도입 등 여러 기준들을 모아서 가장 이상적이고도 합리적인 잣대를 만드는 것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혁신본부, 그리고 KISTEP이 해나가야 할 중요한 임무이자 기능이다. 필자를 비롯한 KISTEP 연구원들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이기도 하다. 개개인의 잣대나 개별 부처의 입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국가 차원의 큰 틀에서 종합조정제도가 정착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성원해줬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임금의 잣대가 아?백성의 잣대, 평가자만의 잣대가 아닌 많은 연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잣대를 만들고 또 이를 엄정하고 공평하게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NIS 구축을 통해 밝은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국가적 요구에 부응하는 길이라 하겠다. 입력시간 : 2004-10-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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