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주초부터 투신권의 강한 매수세로 4% 가까이 상승했지만 여전히 시장의 근심거리는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주 장중 코스피 1,200선 붕괴로 공포에 질렸던 투자자들이 반짝 오름세를 활용해 증시에서 뭉칫돈을 뺄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단기간에 끝날 조짐이 안 보이고 실물경제로까지 전이될 가능성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900선 초반까지 오르던 베어마켓 랠리 당시 주식형 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가며 지수를 끌어내렸던 경험도 이 같은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기술적 반등은 펀드 환매구간’=13일 자산운용협회와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9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하루 사이에 1,139억원(성장지수펀드 제외)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하루 자금 유출 규모로는 4월7일(-1,296억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64% 상승하며 1,300선 탈환의 희망을 보였다. 코스피지수가 1,501포인트에서 1,286포인트까지 밀렸던 9월26일~10월8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총 791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올 들어서 9일보다 자금 유출이 컸던 날은 총 4거래일이었다. 그중 3거래일이 5월(6ㆍ16ㆍ19일)이고 하루는 4월(7일)이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는 1,700대 후반에서 1,900대 초반까지 상승하며 올 들어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따른 올 상반기 하락장에서 주가 하락을 경험했던 펀드투자자들이 4~5월 베어마켓 랠리에서 강하게 펀드 환매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환매에 나서지 못했던 대다수의 펀드투자자들의 경우 1,900에서 1,200대 후반까지 끝없이 밀리는 주가 하락을 하염없이 바라만 봐야 했다. 물론 9일 하루의 사례로만 펀드 환매를 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글로벌 신용경색 해소 가능성이 당분간 희박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조금이라고 주가가 올랐을 때 환매에 나서야 한다는 움직임도 점차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하락장에서 환매가 없었던 것은 장기투자에 대한 안목이라기보다는 증시가 급락했기 때문에 대응할 겨를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반등시 환매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가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환매는 수급에 문제없어”=일선 자산운용사에서는 지금 같은 바닥권에서 일부 자금의 순유출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펀드는 언제든 환매가 있을 수 있는데 9일의 흐름은 최근 며칠간 자금이 필요해 펀드를 팔려는 투자자들이 다소 시간을 뒀다가 환매한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장기적 전망이 달라지지 않은 마당에 단기 반등 가능성, 그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 모두를 점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익명의 한 주식운용팀장은 “최근 주식 매도를 통해 자산운용사들이 현금을 충분히 갖춰놓았기 때문에 환매에 따른 수급 차질은 지금으로서는 우려할 단계가 못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술적 반등으로 1,300대에서 환매에 나선다고 해도 여전히 큰 손실은 감내할 수밖에 없는 구간이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자금 유입이 가장 많았던 구간은 1,800포인트 이상이었고 올해를 기준으로 해도 1,700선 부근이기 때문이다. 김휘곤 삼성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기존 자금의 이탈과 시장 상황을 이용한 장기매집 차원의 자금유입세가 공존하고 있다”며 “막연한 심리적 동요에 따른 환매보다는 좀 더 이성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