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얼어붙었던 대기업 채용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라크전과 경기 불황의 여파로 한달전까지도 채용 계획을 전면 보류했던 기업들이 전쟁 종결과 하반기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서서히 채용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장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조선, 자동차, 전자 등 일부 업종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크게 늘리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그룹은 휴대폰ㆍ반도체ㆍLCD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올 채용 규모를 6,500여명 수준으로 지난해(6,000여명)보다 10% 가량 늘릴 방침이다. 이 중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의 경우 지난해보다 300~400명 늘어난 4,700~4,800명에 이른다. LG전자도 지난달 말부터 채용을 재개, 상반기내 720여명의 대졸 신입 및 경력사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달내 신입ㆍ경력직 영업사원 200여명과 300여명을 각각 채용하는데 이어 상반기 중 400여명 규모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할 방침이다. 르노삼성차도 올 1ㆍ4분기에 400명을 채용했으며 생산ㆍ연구개발ㆍ영업 등 전부문에 걸쳐 우수인력 400여명을 추가로 수시 채용키로 했다.
특히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조선업계는 상반기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대폭 늘려 잡았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보다 30% 가량 늘어난 300여명의 신입사원을, 현대중공업도 지난해보다 2배로 늘어난 100여명을 상반기에 채용한다.
철강업계의 경우 포스코가 오는 7월 대졸 인턴사원 80명과 해외 전문인력 40명을 채용하며 동국제강과 연합철강도 6~7월에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이는 중견 그룹도 마찬가지다. 한화그룹은 올 상반기 채용 인원을 지난해보다 50여명 늘린 350명으로 잡았으며 금호ㆍ동부 그룹도 상반기내 각각 200여명ㆍ150여명의 대졸 신입 사원을 뽑을 방침이다.
건설업계도 대우건설이 다음달까지 전분야에서 대졸 신입사원 100여명을, 포스코건설이 70여명을 뽑는 등 신규채용이 잇따르고 있다. 은행권도 가계 및 신용카드 부실에다 SK글로벌 사태까지 겹쳐 채용인원을 예년보다 늘리기는 어려우나 하반기쯤 적게는 80여명에서 많게는 150명 안팎의 인용을 채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오랜 증시침체로 내실을 다지는 증권업계는 별다른 신규채용 계획이 없는 형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북핵위기, 경기침체 등 경영 환경의 불투명성이 가시지 않아 아직은 대기업 채용이 재개되는 수준”이라면서도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날 경우 채용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