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영혁신앞엔 불황없다

◎재계,사업구조재편·글로벌화 잇달아/“21C형 경영전략으로 위기 정면돌파”지난 93년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대대적인 공세로 창사이래 최대 경영위기를 맞은 「컴퓨터제국」 IBM. 루 거스너회장은 혁신의 칼을 뽑았다. 과도기적으로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주도했다. 기존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을 폐지하고, 11명의 부문장으로 이루어진 운영위원회를 조직했다. 또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위해 사업구조를 과거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대수술했다. 그는 주력인 메인컴퓨터의 생산비중을 낮추고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컨설팅 사업등 각종 소프트웨어 관련사업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뜯어고쳤다. 서슬퍼런 감원칼날도 휘두르는 악역도 맡았다. 인사, 후생, 일반관리등 지원부문을 중심으로 지난 92년 30만명에 달했던 종업원을 95년까지 18만명으로 크게 줄였다. 거스너회장의 경영혁신사례는 「난세에는 영웅이 필요하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불황에 대응하는데는 개미군단의 전술적 절약정신만으론 한계가 있다. 결국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한 과감한 의사결정과 신속한 전략추진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IBM만이 아니다. 필립스, 이스트먼 코닥, 샤프, 컴팩등 유수의 선진기업들이 불황극복을 위해 다양한 묘책으로 불황터널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선진기업들이 동원한 불황타개 전략은 우리기업들의 불황탈출에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 ▲종업원의 창의력 발휘 극대화 ▲전략적 제휴를 통한 몸집줄이기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원점사고를 통한 혁신적 원가절감 ▲시장원리에 입각한 내부경쟁력 확보 ▲국내외 마케팅력 제고를 통한 신규수요 확보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한 장기적 수익기반 마련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업계도 90년대 들어 시작, 최근 유례없는 구조적 불황을 앓으면서 이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21세기형 경영전략 수립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세기말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 21세기형 경쟁력확보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면서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매고 있다. 불황파고를 잘 넘길 경우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그룹내 만연돼 있는 비생산적인 거품도 빼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화위복의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영환경은 재계의 대변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전자 화학등 주력산업의 수출부진, 내수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둔화, 노동계 파업 및 대선등 정치시즌의 도래, 세계무역기구(WTO)출범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따른 지구촌경쟁시대로의 편입 등 어느것 하나 재계의 앞길에 꽃을 놓아주는 호재가 없다. 기업인들은 우리경제가 사면초가에 몰려있다고 우려한다. 『세계경쟁기업들은 정부 기업 국민이 삼위일체가 돼 21세기를 향해 착실하게 전진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 채운 과거의 족쇄때문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경제마저 수렁에 빠져 회생의 기미를 안보인다.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 우리경제의 경쟁력이 바닥을 드러낸 구조적 불황이라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재계의 불황극복은 ▲사업구조 재편 ▲디자인등 소프트경쟁력 강화 ▲원가절감 및 생산성 제고 ▲핵심사업 기술개발투자 확대 ▲글로벌경영 강화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또 해외파이낸싱을 강화, 양질의 저리자금을 갖다쓰고, 인재육성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21세기형 사업구조로의 전환 ▲소프트웨어부문 강화 ▲효율 및 생산성 제고에 주력, 신경영 2기의 불꽃을 지피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수종사업인 위성 정보통신 비메모리반도체를 비롯 자동차 유통 사회간접자본(SOC)을 집중 육성하고, 한계사업은 중소기업 및 협력업체에 이관하기로 했다. 또 중남미 아프리카등 미개척시장을 개척하고, 해외브랜드력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삼성은 우리제품의 최대취약점인 디자인등 소프트 경쟁력를 높이고, 1기가D램 반도체 및 생명공학등 첨단제품의 개발력 강화에 투자를 집중키로 했다. 현대는 불황기에 전략사업에 집중투자, 다가올 호황기의 과실을 따먹기로 했다. 수조원이 투자되는 제철사업을 연내 숙원사업으로 재도전하고, 자동차, 반도체, 우주항공, 인공위성, 금융등에 경영자원을 몰아주기로 했다. 또 원가를 10%줄이고, 생산성은 10% 높이는 「10­10운동」을 전그룹차원으로 벌이고, 해외저리 자금을 잘 활용하기위해 해외금융조달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LG는 ▲미래형 사업으로 업종구조를 새로 짜고 ▲한계사업은 과감히 철수하되 승부사업에는 경영자원을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전략을 본격화하고 ▲글로벌리제이션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특히 구본무회장은 앞장서서 불황극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다른 그룹들이 자구노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명예퇴직제등 인위적인 인원감축을 하지않아 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대우는 자동차 전자 중공업 건설등을 중심으로 세계경영을 가속화하고 ▲수익성 제고 ▲고부가가치 사업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를위해 미국 프랑스 중국 폴란드 인도 베트남 루마니아등 8개전략지역에 지역본사를 세우기로 했다. 또 세계경영 성숙기를 맞아 이제부터는 해외거점확보등 외형확대 전략 못지않게 현지공장의 관리능력을 배양하고, 생산제품의 판매력을 높이는데 힘쓰기로 했다. 외형중시에서 수익 및 관리중심으로 세계경영항로를 전환하겠다는 것. 공격경영을 통한 불황돌파도 중요한 전략이다. 자동차의 경우 올해 내수승용차시장 점유율을 지난해(24%)의 거의 두배가 넘는 40%를 책정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선경도 에너지 화학, 섬유등 기존사업에 대해서는 신규설비투자를 자제하기로 했다. 반면 정보통신, SOC분야에 집중투자하는 등 21세기형 업종포트폴리오를 재구성, 경기활황기에 대비하고, 고부가가치 특수상품등에 대한 해외연구개발투자에도 역점을 두기로 했다. 또 일반경비를 20% 줄이되 제품생산성은 10% 높여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있다.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은 사람의 능력과 두뇌활용에 있다. 이를위해 슈펙스를 추구하는 글로벌리더와 기술인력의 양성 및 교육훈련에 힘쓰기로 했다. 한편 쌍룡은 선수경영을 정착시키고, 성장잠재력을 확보하기위해 유망사업 신규진출, 해외사업 본격화, 경영인프라 재구축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혁신하고, 질경영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내실경영으로 불황을 타개하기로 했다. 올해 혁명적 개혁을 슬로건으로 내건 한화는 21세기형 경영토대 구축을 목표로 반도체 위성방송등 신규사업와 유통 레저 건설 관광등 미래주력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해외투자확대를 통해 글로벌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진도 전략적 투자사업외에는 신규투자는 최대한 줄이고, 인원충원 동결 및 팀제 조기정착으로 조직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키로 했다.<이의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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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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