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기불황 징후 속 '경제범죄' 급증

경기회복 1999년엔 범죄 감소…경제여건 따라 대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불황의 그늘'에서 차츰 벗어나던 지난 1999년과 장기불황 징후가 계속 나타나고 있는 올해는범 죄 발생률에서도 뚜렷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전년대비 범죄 건수가 눈에 띄게 감소한 1999년과는 달리 올들어 상반기까지 범죄추세는 불황으로 경제범죄가 극심했던 지난해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제적 조건에 따라 사회문제인 `범죄'가 탄력적으로 증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치안문제를 경찰의 역량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책적 이슈로 전환해관계부처간의 종합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 경제상황에 따라 범죄도 증감 `1999ㆍ2000년 경찰백서'에 따르면 1998년 IMF 사태의 여파로 모두 171만여건에 달했던 총 범죄건수가 1999년 들어 3.5% 감소한165만여건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감소추세를 보였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경제범죄의 경우, 사기와 배임ㆍ횡령ㆍ부정수표 단속법 위반 등 4개 분야에 해당되는 범죄가 1999년에는 모두 35만여건으로 전년 대비 8.3%나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올들어 7월까지 발생한 총 범죄건수는 116만2천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범죄 건수인 107만1천여건 보다 8.4%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4개 경제범죄는 올 상반기에만 16만1천여건이 발생, 같은 기간 13만5천여건을기록한 지난해보다 19.4%나 늘어났으며, 3천570건ㆍ1만7천여건씩 발생한 배임과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의 경우 전년 대비로 각각 93.4%, 89.4%씩이나 급증했다. 강력범죄인 살인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381건 발생했던 것이 올들어643건으로 급증했고, 폭력과 강간은 각각 18.7%, 2.9%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엽기범죄'는 닮은 꼴 전체적인 범죄발생은 두 기간을 비교할 때 현저한대비를 보이고 있으나 이채롭게도 각종 엽기범죄 행각이 사회의 이목을 끌었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올 7월과 8월에는 지난해부터 올 여름까지 21명을 살해한 희대의 살인범 유영철과 경찰관 2명을 살해한 뒤 도주한 이학만 사건이 발생했다면, 1999년 7월에는 교도소를 탈출해 2년6개월간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다녔던 신창원이 검거됐다. 도 충남 공주에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조부모 묘가 파헤쳐지고 유골이훼손된 사건이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면 1999년 3월에는 울산 언양읍에 있는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부친 묘가 도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소변검사 조작'이라는 신종수법을 동원, 병역을 면제받은 프로야구선수ㆍ연예인 등의 병역비리 수사가 한창이었던 것처럼 1999년에도 불법 병역면탈자수백명이 사법처리되는 등 건군 이래 최대 규모의 병무비리 수사가 진행됐다. ◆ 종합적인 치안대책 필요 치안 상황이 경제 등 사회적 조건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은 학계 등에서 종종 지적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범죄대책은 아직 수사당국에 의존하는 수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경제상황이 실업과 신용문제 등과 연계되기 때문에 범죄 발생률과 관련이 높다는 것은 범죄학의 기본이론"이라며 "범죄가 급증해 치안력이 감당을 못할 경우 등을 대비, 관계부처에서 정책적 대응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희ㆍ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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