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요정 '세월무상'문화재·종교시설된 삼청각·대원각 이어
3大요정 선운각 터 종교단체에 팔려
서울의 대표적인 요정 3인방이 간판을 내렸다.
3공화국 시절 국내최대 요정 가운데 하나였고 80년대 대형음식점 「고향산천」으로 바뀐 「선운각」 터가 종교단체시설로 탈바꿈해 70~80년대 「잘 나가던」 요정이었던 삼청각·대원각과 함께 자취를 감추게 됐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정식집 「고향산천」 은 소유주 김일창(60)씨의 사업실패로 지난 7월 경매에 들어가 같은 달 13일 할렐루야 기도원(원장 김계화)에 84억5,000만원에 낙찰돼 소유권이 넘어갔다. 할렐루야 기도원측은 조만간 이 건물을 수리해 청소년 선교장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경관이 수려한 북한산 자락의 대지 1만5,000평에 자리잡은 한옥건물인 「고향산천」은 67년 실소유주였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후처로 알려진 장모씨의 명의로 운영되던 고급요정 「선운각」으로 문을 열었다.
60, 70년대 「삼청각」 「대원각」과 더불어 장안 최고의 요정으로 밀실정치의 무대였던 선운각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 연회를 가졌고 3부요인이나 방한한 외국 원수들이 애용했다.
특히 70년 이곳 얼굴마담이었던 정인숙씨가 한강변에서 총상을 입고 변사체로 발견돼 화제를 뿌렸고 이곳을 다나들던 정·재계 거물들의 프로필이 적힌 「정인숙 리스트」는 지금도 정치비사의 한 페이지를 이루고 있다.
79년 박 대통령 시해사건 이후 선운각은 중앙정보부의 영향력을 벗어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86년 현주인인 김일창씨가 인수하면서 대형음식점인 「고향산천」으로 바뀌었다.
선운각터가 할렐루야 기도원에 넘어가기 앞서 삼청각은 올 6월 서울시 문화시설로 지정됐으며 대원각은 96년 불교계에 기증돼 과거 공작정치·밀실정치의 산실이던 3대 요정이 모두 공공시설이나 종교시설로 탈바꿈하게 됐다.
72년 처음 세워진 삼청각은 대표적인 요정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경영상의 이유로 97년 중국음식점 「예향」 으로 상호가 바뀌었다.
지난해 말 건물과 부지를 문화재 보존여부에 대한 판단문제로 인해 건축허가결정이 유보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는 삼청각의 보존과 개발문제를 놓고 회의를 열어 서울시 문화재로 결정했다.
지금은 길상사로 이름을 바꾼 대원각도 70년대 청와대 부근 주요 연회장으로 건물이 40여동에 달할 정도로 잘 나가던 요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요정주인이었던 고 김영한 할머니가 죽기 전에 1,000억원대 달하는 대원각을 법정스님에게 기부, 현재 30여동은 법당과 선방으로 바꾸고 나머지 10동은 철거, 10월쯤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8/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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