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2% 부족한 '스피드 신화'

두 아이가 블록쌓기 시합을 한다. 정신없이 마지막 블록을 꽂은 한 아이가 “먼저 끝냈다”며 선생님에게 자랑을 한다. 하지만 승리는 다른 아이의 몫이었다. 창의력 점수 비중이 더 높았던 것이다.‘스피드’에 대한 한국의 맹목적인 집착을 나타내는 이야기다. 스피드는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물론 긍적적이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빠른 만큼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 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타워(완공시 160층, 700m이상), 타이완의 타이베이금융센터(101층, 508m),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88층, 452m) 등 삼성건설이 시공에 참여한 세계 1~3위 초고층 빌딩을 모두 둘러봤다. 우리 건설업계의 초고층건설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사실이 새삼 뿌듯하게 다가왔다. 타이베이금융센터(TFC)의 린홍민 사장은 한국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TFC 건설 당시 삼성건설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석자재를 비행기로 실어나르는 파격을 보였다”고 놀라워했다. 건축자재는 막대한 운송비 때문에 거의 100% 화물선으로 운송을 한다. 현재 반 정도 공사가 끝난 두바이타워에서도 삼성건설은 ‘3일에 한 층’이란 기록적인 스피드로 타워를 올리고 있다. 건설시장에서 공기를 맞춘다는 것은 비단 신뢰의 문제만은 아니다. 공기가 늦을 경우 막대한 지체 보상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와도 직결된다. 스피드와 임기응변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쉽게 느꼈던 점은 한국 건설업체들이 아직도 창의성이나 사전 기획력 등에 있어서 세계기준을 100%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린 사장은 ‘세계 진출 시 한국 업체들이 조심해야 할 사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이나 서구 업체들은 100% 사전기획하에 공사를 진행하는 데 한국 업체들은 일단 시작하고 보자는 이미지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업계에서도 사전기획력, 설계 능력 등을 한국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는다. 스피드신화에 2% 부족한 그 무엇인가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우리 건설업계가 정말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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