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브라질, 타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이머징마켓의 국가 신용등급이 잇따라 상향 조정됐거나 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채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미국 자본시장에서 양키본드 발행이 급증하고 있으며, 정크본드의 파산율 역시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기존 Ba2에서 투자적격 등급인 Baa3로 두 단계나 상향 조정했다. 러시아가 무디스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 받은 것은 지난 1998년 디폴트 선언 이후 5년 만이다.
러시아는 지난 1998년 10월 4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발행에 실패, 치욕적인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을 선언했다. 러시아 경제는 그 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 확대에 힘입어 회복됐으며, 국채 등급이 5년 만에 투자적격 등급의 최하위 단계인 Baa3로 올라섰다. 이날 이머징마켓 시장에서 2030년 만기 러시아 국채 가격은 달러 당 3.25센트 폭등했으며, 미국 국채(TB)에 대한 가산금리 역시 6.88%로 하락했다. 이와 관련, FT는 9일 무디스의 이번 러시아에 대한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머징마켓 최대 채권 발행자의 하나인 브라질도 신용등급 상향 조정설이 돌면서 국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브라질의 국채가격 상승은 라틴아메리카권 국채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브라질은 최근 중앙은행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 사이에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국채가격은 물론 증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타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모두 한 단계씩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국채의 평균 수익률은 이날 0.17% 하락했고, 2013년 만기 한국 외평채 가산금리도 0.03% 하락한 0.75%로 마감했다. 2014년 만기 브라질 국채 가격은 달러 당 0.62센트 급등했다.
이머징마켓이 살아나면서 이들 국가가 발행하는 양키본드 발행도 급증하고 있다. 양키본드란 특정국가가 미국 자본시장에서 발행ㆍ판매하는 채권인데, 올들어 3ㆍ4분기까지 발행 규모는 720억 달러로 지난 한해의 발행물량 590억 달러는 물론 연간 최고 기록이었던 97년의 710억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등 좋은 가격으로 달러 표시 유가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지면서 양키본드 시장은 더욱 호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 97~98년에 확산됐던 이머징마켓 금융위기가 해소되면서 이들 국가의 정크본드 파산률도 급감하고 있다. 실제 이머징마켓의 정크본드 파산율은 지난해 2월 11.4%에서 이 달 들어 5.7%로 낮아졌다.
<뉴욕=김인영특파원,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