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이두형 여신전문금융업협회장

"은행 등과 공정경쟁 가능케 與專業 불필요한 규제 풀어야"<br>은행에 車할부나 하라고 공적자금 줬나 '직격탄'<br>수신기능없는 與專社와 은행과의 경쟁은 불공정… 고유 업무영역 지켜줘야



"은행에 본업과 무관한 자동차구매자금대출(오토론) 사업이나 하라고 정부가 (예금 유치와 같은) 수신기능을 허락하고 부실이 나면 공적자금까지 넣어 살려줬습니까. 수신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이하 여전사)를 은행과 함께 경쟁시키는 것은 불공정한 것 아닙니까." 취임 후 두달째를 넘긴 이두형(사진) 여신전문금융업협회장이 자동차할부 등 여신전문금융업(이하 여전업)을 침식하고 있는 은행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소비자의 후생을 높이기 위해 기업들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제도적 배려를 많이 받고 있는 은행과 홀대받는 여전사 간 경쟁은 오히려 은행의 독과점화만 부추겨 폐해를 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금융당국이 은행 등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여전업의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주고 고유업역을 지켜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여전업체들이 금융시장 불안기마다 자금조달 경색에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투자가들과 연결하는 '마당'을 열어 여전업체들의 자본유치를 돕겠다고 강조했다. -(옛 재무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국회 등에서) 금융제도 정비를 관장해보셨고 한국증권금융 사장으로 취임해 경영현장에서도 직접 뛰어보셨습니다. 그만큼 금융에 대한 식견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한국의 금융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어떻게 보면 금융은 (뼈대라기보다) 혈액인 것이지요. 실체가 없이 혈액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안 되겠지요. 마찬가지로 실물경제, 특히 제조산업이 뒷받침돼야 금융산업도 상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만 해도 제조업 기반이 없습니다. 영국은 세계적 금융중심지입니다만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면서) 한계를 겪고 있습니다. 금융산업이 실물산업을 잘 지원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 같은 시각을 바탕으로 협회장에 취임하신 후 지금까지 가장 고민스런 현안은 무엇입니까. ▦여전업은 (예금 유치와 같은) 수신기능이 없어 시장에서 차입하는 데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이 경색되더라도 당장 영향을 받습니다. 이 불안정한 구조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이 과연 무엇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전사들이 개별단위로 차입하지 않고 한데 묶어서 큰 규모로 차입한다면 상대적으로 더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개별카드사들이 필요한 자금을 쭉 모아 마치 국채를 발행하듯이 여신협회 명의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있을 텐데요. ▦공제조합과 같은 방식을 보면 채무보증을 서줌으로써 개별 회원사들의 차입금리를 낮춰줄 수 있지요. 그것이 가능하려면 시드머니(목돈)가 있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여신금융협회가) 자체 기금의 풀(pool)을 만들어 이 기금을 바탕으로 여전사들의 신용을 보강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만 그것을 너무 앞서가서 실행하면 회원사들이 (기금마련을 위한 재원분담에) 부담을 느낄 것입니다. 이렇게 기금을 모으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또 기금을 모은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자금조달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전에 회원사들의 유동성 미스매치(불일치)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여전업이 은행 등과 사업영역이 점점 겹쳐지면서 시장을 침식당하고 있습니다.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는 것도 시급해보입니다만. ▦당연히 새 수익원을 개발하는 것이 급합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금융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지를 좀 더 생각해야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금융정책은 은행 위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불 붙고 있는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설립 논란도 그런 맥락이 아니겠습니까. 은행이 초대형화되면 어쩔 수 없이 독과점 문제를 불러일으켜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합니다. 금융정책은 시장 효율성 차원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우리 금융사들이 아무리 국내에서 규모를 키워본들 해외에서 얼마나 규모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금융을 우리의 현실적인 규모와 특성에 맞게 이끌어야 합니다. 시장을 경쟁체제로 끌고가야 합니다. 그런데 자꾸 금융사를 대형화시키려고만 하고 독과점화하도록 하면 그 비효율성을 어떻게 감당할 것입니까. -은행의 대형화 문제를 지적하셨는데 은행의 업역이 확대되면서 여전업계를 포함한 다른 금융시장까지 은행이 독과점 행태를 취할 수 있다고 보시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은행은 수신기능이라는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다 그동안 수익증권 판매, 보험 판매 등 온갖 금융사업을 다 취급해왔습니다. 돈 되는 건 다 하고 있는 셈이지요. 더구나 요즘에는 대출 형식을 빌려 사실상 자동차할부금융업도 하고 있습니다. 별도의 규제도 받고 있지 않고요. 반면 여전사들은 할부금융업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제한적으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여전사들과 은행을 함께 경쟁시키는 것은 불공정한 것 아닙니까. 여전사는 예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직접 시장에서 차입해 사업하기 때문에 자산운용 규제를 별로 할 필요가 없는데도 강한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은행은 예금자들의 돈을 관리하는 수신업을 하는 만큼 더 높은 사회적 책무를 져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은행에 본업과 무관한 자동차구매자금대출 사업이나 하라고 정부가 수신기능을 주고 예금자보호제도로 지켜주고, 부실이 나면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초점을 다시 여전업으로 돌리지요. 여전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도록 돕는 게 협회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특히 해외 자금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종금사들도 해외자금을 들여왔습니다. 당시 종금사들은 해외에서 단순히 차입만 하지 않고 지분투자까지 함께 유치했습니다. 지분투자 없이 융자 형태로만 자본을 끌어들이면 언제든지 다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사들도 앞으로는 투ㆍ융자 형태의 해외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일본도 국내에 진출하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 자본이든 미국 자본이든 일본 자본이든 캐피털 업계는 해외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 확보의) 가장 중요한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3년간의 재임 기간 중 이 같은 자금조달 문제를 구조적으로 어떻게 풀지를 고민하겠습니다. -여신금융협회가 회원사와 해외 투자가 간 투자ㆍ융자를 연결해주는 마당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협회 차원에서 별도로 해외 자본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IR)도 시도해볼 수 있을 텐데요. ▦훌륭한 아이디어입니다. 아직은 좀 이르겠지만 앞으로 자금조달을 어떻게 할지가 화두가 될 것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우선 협회의 조직을 확충해야 합니다. -장시간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전업은 카드대란 이후 건전성과 서비스 품질도 높였는데 여전히 홀대당하고 있고 규제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가장 불편한 규제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지요. ▦여전사는 부대업무 규모가 본업무의 50%를 못 넘도록 제한받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은 카드사들이 카드론 등 (부대업무인) 현금대출 사업을 무분별하게 벌여 카드대란을 초래하자 정부가 꺼내든 규제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본업무인) 신용판매 사업 비중이 엄청나게 커져 규제 실익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카드사 때문에 억울하게 리스와 할부금융사까지 규제를 함께 받고 있지요. 리스사와 할부금융사에 대한 부대업무 비율 규제는 기업활동의 영역을 확대해주는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전향적으로 검토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자면 은행ㆍ보험ㆍ증권만 해도 업역의 규제가 네거티브 방식(법령에 명시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으로 돼 있어 어지간한 사업은 거의 다할 수 있습니다. 반면 여전업은 그것이 안 돼 있습니다. 여전업계는 은행권과 달리 (규모에 매몰되기보다는) 치열하게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소비자나 카드 가맹점 등 여전업계 고객들은 시장 경쟁의 혜택을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이죠. 여전사들이 서비스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으므로 그만큼 정책적 배려도 더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약력 ▦1952년 경남 거창 ▦1971년 경동고 ▦1978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2009년 서강대 경제대학원 석사 ▦1979년 행정고시 22회 ▦1980년 재무부 공보관실ㆍ국제금융국ㆍ증권국 ▦1993년 주독일대사관 재경관, 국세심판소 조사관 ▦1998년 금감위 구조개혁기획단, 제2금융권 은행팀장 ▦2000년 금감위 법규총괄담당관, 증권감독과장 ▦2003년 금감위 감독정책2국장, 공보관 기획행정실장 ▦2004년 국회 수석전문위원(파견) ▦2006년 한국증권금융 사장 ▦2010년 여신전문금융업협회장
'조직 혁신의 달인'… 협회 대대적 개혁 추진
■이두형 회장은 약 두달 전 여신금융협회 임직원들은 새 선장으로 이두형 회장이 취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구나 할 것 없이 금융권 지인들로부터 두 마디를 들었다. 바로 "등산장비부터 챙겨라"와 "무지하게 바빠지겠군"이라는 말이었다. 이 회장은 한국증권금융 사장 시절에도 임직원들과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등산을 자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번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끝장을 보는 완벽주의자로도 통한다. 그는 사장 시절이던 지난 2007년 팀장급 이상 간부들과 새벽 1시까지 마라톤 경영회의를 한 후 겨우 4시간만 자고 나서 원주 치악산을 11시간 동안 함께 종주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취임한 후 5월28일 북한산을 임직원들과 함께 등반했다. 오후 반나절의 가벼운 산행이었지만 이 회장이 고른 것은 가장 난코스. 직원들은 나는 듯 산을 오르는 이 회장을 따르느라 녹초가 됐다. 고된 산행 후 이 회장이 던진 한 마디. "다음 번에는 풀코스(하루종일 산행)다." 이 회장은 등산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등산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과 비슷하다"며 "산은 삶과 업무의 지혜를 주는 멘토"라고 소개했다. 좌우명을 묻자 "사고는 신중하고 행동은 과감하게"라고 답했다. 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괴짜 경제학'을 꺼내 들었다. 그는 "경제를 경제학의 범위를 넘어 범사회적 시각에서 재해석한 부분이 기발하고 명쾌했다"는 서평도 곁들였다. 이런 모습들을 아울러 볼 때 그의 코드는 '도전ㆍ결단ㆍ혁신'으로 정리된다. 주변의 지인들도 그를 '조직혁신의 달인'으로 평가했다. 그는 여신협회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혁신을 가하고 있다. 우선 협회가 회원사들의 현황을 깊이 있고 신속히 파악하도록 하기 위해 직원 한 사람마다 회원사 3~4개를 맡아 챙기는 '릴레이션십매니저(RM)'제도를 도입했다. 그는 조만간 조사 부문을 국제 분야까지 아우르도록 키우고 소비자 후생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시장업무부서도 만들 예정이다. 앞서 보고 발로 뛰는 생동감 있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민병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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