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는 소매점들의 무분별한 가격 인하로 제품에 표시된 가격과 실제 판매 가격의 현격한 차이로 생겨나는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아닌 게 아니라 동네 슈퍼에선 50% 할인하는데 대형마트에서는 20% 할인하고 편의점에서는 제값을 받는 등 천차만별인 아이스크림 가격에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혼란스러웠다.
문제는 아이스크림이 동네 슈퍼마켓의 대표적인 미끼 상품이라는 점이다. 웬만한 동네 슈퍼에선 대부분 50% 할인이 기본이라 대형마트에 비해 월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중소 슈퍼가 약 70%의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 구조상 아이스크림은 중소 자영업자의 마지막 보루쯤 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상 외로 영세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다. 중소 슈퍼 점주들은 "롯데제과가 가격정찰제를 도입하면서 공급가를 높여 소매점의 마진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골목상권의 '공공의 적'이 된 대형마트와 신용카드사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롯데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롯데제과는 "기존에는 개별 소매점에 따라 공급가ㆍ할인율이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가격정찰제 도입으로 마진이 줄어드는 곳이 있지만 오히려 늘어나는 곳도 있다"며 가격정찰제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왜곡된 가격 구조는 정상화해야 소비자들이 제품에 신뢰를 가질 수 있고 결국은 중소 슈퍼마켓에도 득이 될 것이다. 아이스크림 유통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롯데제과의 명분도 인정되고 선두 업체로서 어려움이 있더라도 제 역할을 하겠다는 실행 정신도 높이 살만하다. 다만 생존권을 내건 영세상인들의 충분한 공감대를 얻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제도를 시행한 것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롯데제과의 아이스크림 정찰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길을 잃고 있는 느낌이다.